상주 상무의 박기동은 요즘 '물 만난 고기'다.
그라운드에 서면 경기장이 비좁은 듯 펄펄 날아다닌다. 10라운드까지 6골-4도움. 상주가 10경기에서 터뜨린 18골 중 절반 이상인 10골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했다. 발군의 기량이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선수. 혹자는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오다)'라고도 부른다. 상주의 승격으로 올 시즌 클래식 무대를 밟으면서 뒤늦게 재능이 만개했다. 그런 의미에서 박기동은 '반전의 사나이'다.
박기동은 15일 홈구장에서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10라운드에서 상주의 4대2 역전승을 견인했다. 인천 송제헌과 케빈에게 잇달아 2골을 내주며 0-2로 끌려가던 전반, 팀 동료 이웅희가 첫 득점으로 추격의 발판을 놓자 박기동이 전반 41분 동점골을 성공시키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인천으로부터 주도권을 되찾아온 박기동은 후반 10분 결승골을 터뜨리며 상주에 귀중한 승점 3점을 선물했다. 후반 28분에는 임상협의 추가골에 기여하며 도움에서도 포인트를 쌓았다. 박기동의 활약에 힘입어 상주는 중상위권으로 단숨에 도약했다.
상주는 앞선 8라운드 전남전에서도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의 수훈갑도 박기동이었다. 박기동은 1-3으로 패색이 짙어지던 후반 38분 추격골을 터뜨리며 대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박기동의 골 이후 페널티킥 2개를 얻어낸 상주는 4대3으로 승부를 뒤집었다. 이날의 맹활약으로 박기동은 K리그 클래식 8라운드 MVP로 선정되는 영광을 누렸다.
전남전과 인천전 모두 박기동의 발끝에서 경기의 흐름이 바뀌었다. 이쯤 되면 '역전의 명수'라 할 만하다.
박기동은 개인 타이틀에도 도전하고 있다. 클래식 득점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는 아드리아노(서울)와 티아고(성남, 이상 7골)를 1골차로 바짝 뒤쫓고 있다. 상무 입대 이전인 2012년 광주에서 넣은 5골이 한 시즌 개인 최다골이었는데, 올해는 10경기 만에 6골을 넣었다.
인천전을 마친 후 박기동은 "그동안 득점 욕심은 별로 없었는데 좋은 선수들과 함께 뛰다 보니 골도 많아진 것 같다"며 "개인적으로 올 시즌 두 자릿수 골을 넣고 싶다"고 했다.
여기에 덧붙여 "어시스트도 즐긴다"고 했는데, 이미 도움 부문에선 4개를 기록하며 리그 공동 1위를 기록중이다.
이날 관중석에서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끌고 있는 A대표팀의 카를로스 아르무아 코치와 박건하 코치가 경기를 지켜봤다. 박기동은 2골-1도움으로 맹활약하며 대표팀 코칭 스태프에게 눈도장을 확실하게 찍었다. 태극마크가 꿈으로만 그치지는 않을 것 같다.
박기동도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2011년 잠시 대표팀에서 뛰어본 적이 있는데 당시엔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선수로서 국가대표로 뛰는 꿈은 당연히 갖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박기동의 상승세에 대해 조진호 상주 감독은 "국가대표로서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치켜세웠다.
박기동은 "요즘 몸이 좋다"며 활짝 웃었다. 2011년 K리그 무대 데뷔 후 6년 만에 맞이한 전성기다. "좋은 감독과 코치 아래에서 지도받으면서 더 발전하는 것 같다"며 "상주에서 출전 기회가 많다 보니 자신감도 많이 갖게 됐고 군인이라 정신적으로 무장이 돼 있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박기동은 전역하는 그날까지 쉬지 않고 달리겠다는 각오다. 다리근육이 경직돼 절뚝거리면서도 매 경기 그라운드를 지켰듯 "앞으로는 더 뛸 것"이라고 했다. 박기동의 질주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상주=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