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탄식이었다.
노상래 감독(46)이 이끄는 전남은 15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와의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0라운드 원정경기에서 0대3 완패를 당했다.
그렇지 않아도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노 감독은 5일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9라운드 인천전에서 0대0으로 비긴 뒤 "더 늦기 전에 팀을 위해 결단을 해야 할 것 같다"면서 사퇴 의사를 내비쳤다. 구단이 왈칵 뒤집혔다. 우여곡절 끝에 다행히 수습됐다. 노 감독이 지휘봉을 놓지 않기로 했다.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뒤 전남은 11일 K리그 챌린지(2부 리그) 강원과 2016년 KEB하나은행 FA컵 32강을 치렀다. 노 감독이 오랜만에 미소지었다. 챌린지에서 강세를 보이던 강원을 4대0으로 완파했다. 반등의 발판이 마련된 듯 했다.
상승 반전의 길목에서 맞이한 제주와의 10라운드. 전남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제주는 광주FC와의 FA컵 32강에서 베스트 멤버를 기용하고도 승부차기 끝에 고배를 마셨다. 노 감독은 제주전을 통해 반전을 노리겠다고 했다. "FA컵에서 분위기를 어느 정도 올렸지만 리그에서 승리해 더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경기 전 만난 노 감독의 말이었다. 노 감독은 화력이 강한 제주를 상대로 후반에 승부를 걸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경기는 노 감독의 생각과 정반대로 흘렀다. 제주 송진형에게 선제골을 내줘 0-1로 전반을 마쳤다. 노 감독이 약속했던 후반에 접어들었다. 의욕적으로 나섰지만 되레 수비가 뚫렸다. 후반 8분 송진형에 또 한번 실점을 허용했고, 후반 28분 마르셀로에게 세 번째 골을 헌납했다. 전남의 추격은 없었다. 그대로 종료 휘슬이 울렸다. 0대3 패배. 노 감독은 쉽게 발을 옮기지 못했다.
그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한 차례 깊은 숨을 내쉰 노 감독은 "선수들이 준비를 하고 게임을 임했는데 무엇보다 자신감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며 "오늘 경기를 통해서 생각하고 있는 변화를 줘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노 감독이 말한 변화. 내용이 궁금했다. 노 감독은 "지금 선수 구성을 유지한 채 정신적인 부분, 외적인 부분을 강하게 만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지금 비록 안 좋은 상황이지만 부족한 부분들을 잘 대처할 수 있는 방안들을 마련해서 팀이 정상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여운을 남겼다.
서귀포=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