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정의윤은 기대와 의문이 공존했다.
시즌 전 오키나와 캠프. 그는 일찌감치 4번 타자로 낙점됐다. SK 코칭스태프는 정의윤이 4번을 친다는 가정 아래 약점인 유격수 수비를 메우기 위해 헥터 고메즈를 데려왔다.
지난 시즌 SK로 이적한 그는 3할2푼, 14홈런, 51타점으로 수준급의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풀 타임 시즌을 치른 경험이 없었다.
때문에 정의윤 스스로도 "주전 선수들 중 나만 풀타임 경험이 없었다. 때문에 민폐를 끼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많았다"고 많은 걱정을 했다. 하지만 기우였다.
놀라운 타점 페이스(42타점). 3할5푼의 고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도대체 어떤 점이 변한걸까.
SK 김용희 감독은 13일 LG전을 앞두고 정의윤의 타격에 대해 칭찬했다. 좀 더 세밀하게 들어가 "인 앤 아웃 스윙이 더욱 정교해졌다"고 했다.
단적인 예로 12일 두산전 3회말 홈런 타격을 들었다.
당시 정의윤은 두산 선발 정원준의 몸쪽 꽉 찬 패스트볼을 그대로 들어올려 좌측 펜스를 넘기는 역전 투런홈런을 만들었다.
김 감독은 "예전같으면 파울이 될 가능성이 높은 타구였다. 하지만 정의윤의 뛰어난 타격 테크닉으로 타구가 외야 페어지역 안으로 들어갔다"고 했다.
바뀐 정확한 지점에 대해 "인 앤 아웃 스윙이 더욱 정밀해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인사이드 아웃 스윙은 간단히 말하면, 오른 타자의 경우 오른팔을 팔꿈치에 붙인 채 그대로 스윙 동작을 이어가는 것이다. 스윙을 시작할 때 오른 팔꿈치가 붙기 때문에 인(in)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타격을 한 시점에서 아웃으로 변화된다. 이 타격의 강점은 투구와 방망이가 맞는 지점이 극대화되면서, 순간적으로 힘을 실을 수 있다.
즉, 타이밍이 조금 빠를 경우 타구는 좌측으로 향하고, 조금 늦을 경우 오른쪽으로 향하게 된다. 기존의 잡아당기거나 밀어치기와 질이 다른 타구의 힘이 인사이드 아웃 스윙으로 실리게 된다. 당연히 몸쪽 공에 대한 대처도 좋아진다.
잡아당길 경우 몸쪽 공은 파울 라인밖으로 빠질 가능성이 높지만, 인사이드 아웃 스윙은 타구 방향 자체가 휘지 않고 곧바로 나가는 성질을 띨 수밖에 없다.
정의윤이 지난 시즌과 가장 달라진 점이다.
이런 테크닉이 좋아지면서, 정의윤이 타고난 타격 자질이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그는 시즌 초반 엄청난 타점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볼 카운트가 불리할 때 타이밍을 변환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점이다. 즉, 패스트볼 타이밍에 출발한 배트가 변화구가 들어오면 그대로 기어를 전환, 거기에 맞는 타격을 한다. 뛰어난 파워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타이밍이 맞지 않더라도 타구는 외야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 김 감독은 "이 부분은 정의윤이 가지고 있는 탁월한 자질 중 하나"라고 했다.
즉, 더욱 향상된 타격 테크닉으로 중심을 잡고, 뛰어난 배트 컨트롤을 첨가해 득점권 찬스에서 매우 강인한 모습을 보인다. 이런 변화 때문에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별다른 슬럼프 없이 역대급 타점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다.
정의윤의 시즌 초반 돌풍이 한시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잠실=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