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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깊은 부진? 작년과 비교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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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과 비교해서 나아진 게 없는데…."

프로축구 관계자가 K리그 클래식 인천 유나이티드의 현 상황을 진단하며 한 말이다.

인천의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12개 클래식 팀 가운데 유일하게 첫승을 기록하지 못했다. 4무5패. 최하위다.

덩달아 인천의 저조한 성적을 속상해하는 팬들의 부정적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상위 스플릿에 근접했고, FA컵 준우승 돌풍을 일으켰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놓고 인천 팬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외부에서는 냉정한 시각으로 인천의 부진을 진단하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우선 "당초 강등권으로 분류됐던 지난해에 비해 객관적인 전력상 나아진 게 없는데 돌풍에도 한계가 있다"는 반응이다.

그도 그럴것이 인천은 올 시즌 전력면에서 많은 것을 잃은 상태다. 지난해 늑대축구의 중심이었던 골키커 유 현을 비롯해 김원식 김인성 김진환 조수철 등이 다른 팀을 찾아 떠났다.

대부분 인천 구단의 형편상 계속 붙잡아 둘 수 없는 자원들이었다. 이들을 떠나 보내고 다른 멤버를 수혈했지만 빈 자리가 더 크다는 사실은 알만한 사람이면 다 안다.

게다가 유 현의 계승자로 키웠던 조수혁은 부상이 장기화되고 있고 포백 라인의 한축이던 권완규도 부상으로 인해 1개월 넘게 공백 중이다.

인천은 지난해 같은 기간(9라운드까지) 1승6무2패, 9위였다. 9경기 만에 첫 승을 거뒀다. 올해는 초반 4연패 수렁에서 탈출한 뒤 4무1패를 기록하며 12위다.

아직 승리를 하지 못했다 뿐이지 큰 차이가 없다. 올해의 객관적인 전력 약화를 감안하면 인천의 부진은 그리 이상할 것도 없다는 시각이다. 일종의 '착시현상'도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인천이 지난해 시즌 시작 전 강등권 유력 팀으로 분류됐다가 나중에 상위 스플릿을 넘보고 FA컵 준우승까지 올라간 것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인천의 성적은 축구계 보편적인 예상을 뒤엎은 것이었고 그래서 '돌풍'이란 찬사가 붙었다. 이 과정에서 사령탑 초보 김도훈 감독의 지도력도 주목받았다.

결국 작년의 '돌풍'이 인천의 진짜 실력인 것으로 간주하기 십상이고 그 눈높이를 잣대로 올 시즌 현 상황을 보면 상대적으로 더 추락해 보인다는 것이다.

"대다수 팬들도 인천의 올 시즌 성적을 강등권으로 예상하지 않았나. 지난해의 전력이 최소한 유지됐으면 몰라도 더 약화된 상태에서 또 돌풍을 기대하는 것은 사실 무리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에 선수단에 대한 동기부여는 고사하고 사기를 떨어뜨리는 악재가 많아졌다. 지난해 인천 선수단의 걱정이라고는 체불임금이었다. 그래도 코칭스태프가 선수들을 다독여가며 '돈보다는 우린 축구인이다'라며 선수들 동요를 막아나갔다.

하지만 올해는 선수들의 급여체불은 없지만 외부로부터 체불수당 소송, 구단 내부의 각종 잡음에 현존 인천 선수들의 수당 체불 등 경기 외적인 악재가 훨씬 많아졌다.

한 선수는 "승리를 하지 못한 우리 잘못이 크다. 하지만 외부 핑계를 대자는 게 아니라 우리도 눈과 귀가 있는 사람이다 보니 좋지 않은 소식을 접하면 의기소침해질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래저래 가시밭길을 걷고 있는 인천. 그렇다고 최하위를 정당화할 생각은 없다. 인천 구단 관계자는 "주변에서 늑대 이빨이 빠졌다고 하지만 늑대의 피까지 뺀 것은 아니다. 아직 3분의 2 이상이 남았다"고 희망을 노래했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