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맨'의 괴력이 드디어 터져나왔다.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의 이대호(34)가 연타석 아치를 그리며 팀의 역전승을 진두지휘했다.
이대호는 5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콜리세움에서 열린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의 원정경기에 8번 1루수로 선발 출전해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미국 진출 후 첫 연타석 멀티 홈런을 포함해 4타수 2안타(2홈런) 1볼넷 3타점 2득점을 기록해 팀의 9대8승리에 큰 기여를 했다. 시즌 타율도 2할5푼에서 2할8푼1리까지 올랐다.
그간 이대호는 주전 1루수인 애덤 린드에 밀려 주로 경기 중후반 이후 대타로 나오고 있다. 하지만 플래툰 시스템에 따라 상대 선발투수가 좌완일 경우 선발 출장 기회도 종종 얻고 있다. 이날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클랜드 선발이 좌완 숀 마나에아인 탓에 좌완 투수에 약한 린드 대신 이대호가 1회부터 선발로 나왔다. 그리고 이대호는 모처럼 얻은 기회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활약을 펼쳤다.
경기 중반까지는 썩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마나에아를 상대로 한 3회 첫 타석 때는 행운이 따랐다. 무사 1루에서 친 타구는 원래 평범한 2루수 땅볼이었다. 그러나 상대 2루수 제드 라우리가 이 타구를 잡지 못하면서 이대호가 실책으로 1루에 나갔다. 그러나 후속타 불발로 득점에는 실패했다. 이어 이대호는 0-2로 뒤진 5회 두 번째 타석에서 역시 유격수 앞 땅볼에 그쳤다. 두 번 모두 마나에아의 147㎞짜리 타구를 쳤는데 멀리 보내지 못했다.
하지만 세 번째 타석에서 위력을 발휘했다. 마나에아가 내려간 뒤 올라온 우완 불펜 라이언 덜을 제대로 두들겼다. 4-8로 뒤진 6회초 1사 후 타석에 나온 이대호는 덜의 초구(시속 147㎞)를 밀어쳐 우중간 펜스 뒤로 보내는 1점 홈런을 날렸다.
이대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7-8로 따라붙은 7회초 2사 2루때 다시 타석에 나온 이대호는 또 다시 바뀐 우완 불펜 존 액스포드를 무너트렸다. 볼카운트 3B1S에서 들어온 5구째 포심 패스트볼(시속 153㎞)을 이번에는 잡아당겨 좌측 담장을 넘겼다. 이대호의 메이저리그 첫 연타석 홈런이 완성된 순간이다. 9-8로 앞선 9회초 무사 2, 3루때 다시 한번 타석에 들어선 이대호는 3연타석 홈런에 도전했으나 고의4구를 얻었다. 이대호의 괴력에 상대도 위축됐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다. 결국 시애틀은 이대호의 멀티홈런 덕분에 9대8로 이겼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