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바빠도 힘들어도 하려고 했고 이걸 만나려고 태어났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아했던 일이었는데… "
'유디' 유인나가 '볼륨'과의 결별의 아쉬움에 끝내 눈물을 쏟았다. 27일 오후 유인나의 KBS 쿨FM '볼륨을 높여요' 하차 소식이 전해졌다. 8일을 마지막으로 '볼륨' DJ 바통을 조윤희에게 넘긴다고 했다. 28일 생방송에서 그녀는 "숨 소리가 나가면 방송 사고가 아닌 거죠 말이. 목이 메어서. 되게 많이 생각을 하고 왔는데 진짜. 마음 먹은 거와 다르네요. 울지 않으려고 …진짜 많이… 죄송해요"라며 말을 꺼냈다.
'볼륨'에 대한 절절한 애정과 진심을 드러냈다. "DJ를 잠시 내려놓게 됐다. 사실 이건 절대 놓기 싫었다. 아무리 바빠도, 힘들어도 하려고 했고, 이걸 만나려고 태어났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아했던 일이었는데 혼자 마음 먹는다고 되는 일은 아니더라"며 "제 욕심만 부려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잘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시기가 와서 제가 죄책감을 못 이기겠더라. 죄책감이 생기면 몸과 마음에 병이 오는데 그 죄책감이 너무 크게 왔다"고 하차의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 4년간 동시간대 청취율 1위를 지켜온 유인나의 '볼륨을 높여요'는 충성도 높은 골수팬이 대단히 많다. KBS 쿨FM의 간판 프로그램이다. 1995년부터 2004년까지 10년간 초대 DJ로 활약한 이본이 떠난 이후 4명의 여배우 DJ를 거쳤던 '볼륨을 높여요'가 모처럼 주인을 제대로 만났다. '볼륨'의 6대 DJ 유인나는 가장 '볼륨'다웠고, 가장 중독성 높은 DJ였다. 2011년 11월 마이크를 잡은 이후 4년을 훌쩍 넘겼다.
작품과 방송을 병행하는 여배우에게도, 그녀를 사랑해온 청취자들에게도 4년은 짧지 않은 세월이다. 그녀의 라디오를 듣던 중학생은 고등학생이 됐고, 고등학생은 대학생이 됐다. 그녀의 라디오를 듣던 청춘은 군대에 갔고, 취직을 했다. '유디' 유인나의 목소리는 달달하다. '꿀디'라는 별명 그대로 꿀이 뚝뚝 떨어지는 애교만점 목소리에 여배우 특유의 다양한 캐릭터 연기, 무엇보다 까르르 기분좋아지는 웃음소리는 하루종일 공부와 격무에 지친 이들의 마음을 사르르 녹이는 '힐링'이었다. 유인나는 재주 많은 배우다. '아이돌 연습생'으로 10년간 외롭게 분투하다 소위 늦게서야 '떴다'. 겸손하고 소탈한 스타다. 마음을 읽는, 공감 능력이 탁월하다. 자연스럽고 센스 있는 진행 실력에 배려와 소통을 아는, 똘똘한 DJ를 청취자들은 대번 알아봤다. 동시간대 청취율 1위를 찍었다. 지난해 1월 같은 시간대 SBS 영스트리트를 맡게 된 이국주가 "유인나 언니를 이기겠다"고 공언했을 정도다.
유인나는 혁혁한 공을 인정받아 2014년 KBS 방송연예대상 라디오DJ상을 받았다. 트로피를 받으며 이런 소감을 밝혔었다. "'볼륨을 높여요'를 맡은 지 3년이 넘었는데 사실 10년 뒤에 주셔도 얌전히 기다리면서 열심히 하려고 했다. 이렇게 상을 빨리 주셔서 감사드린다. 앞으로 엄청 잘하는 DJ가 된다기보다는 오래오래 따뜻하고 진심으로 여러분을 대할 수 있는 DJ가 되겠다."
'오래오래'만 빼고는, 약속을 지켰다. 유인나의 라디오는 따뜻했고,'진심'이 있었다. 친언니, 절친 이야기를 수다 떨듯 늘어놓는 그녀는 옆집 친구, 여동생, 누나 같았다. '절친중의 절친' 아이유는 새 앨범을 내던 날, 유인나의 '볼륨' 생방송 현장을 찾았다. 라디오 스튜디오에 깜짝 등장한 그녀의 라이브에 유인나도 '볼륨' 가족도 행복했다. 사랑스러운 그녀의 매력은 청취자를 순식간에 사로잡았다. 남녀노소 게스트들과도 스스럼없이 어우러지는 그녀의 친화력은 마법같았다.귀를 쫑긋 세우고 이야기를 듣다 손뼉도 치고 까르르 웃는다. 기분이 좋을 때면 가끔 흥얼흥얼 노래도 부른다. 제아무리 얼음 같은 게스트도 그녀 앞에선 마음이 풀렸다. 함께 농담하고, 함께 웃음을 터뜨리며, 정신없이 수다를 떨다보면 2시간이 휘리릭 지나갔다. 매일밤 그녀의 달콤한 클로징 코멘트, '볼륨 가족 여러분, 우리는 더 행복해질 거예요'는 마법이자 응원이자 치유였다.
'별에서 온 그대' 등 드라마 촬영, '겟잇 뷰티' 녹화 등 '폭풍' 스케줄 중에도 그녀는 라디오에 대한 욕심을 놓지 않았다. 그녀의 빈자리를 아이유, 이지형, 박수진, 김소은 등 의리파 '대다 DJ'들과 게스트들이 기꺼이 채웠다. 지난 3월 독감에도 불구하고 애써 씩씩하게 방송을 진행하던 그녀가 생방송 중 병원에 실려간 후 오랜 게스트 '딕펑스'는 노련하게 방송을 마무리하기도 했다. 살인적인 스케줄과 라디오에 대한 애정 사이에서 고민이 깊었던 그녀는 결국 아픈 결단을 내렸다. "제 욕심만 부려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잘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시기가 와서 제가 죄책감을 못 이기겠더라"는 말로 그간의 고민을 털어놨다. 정든 청취자들에게 이별을 고 했다.
그녀의 하차 소식에 팬들은 진한 아쉬움을 쏟아내고 있다. '볼륨' 청취자 게시판에는 그녀와의 4년을 추억하고, 이별을 아쉬워하고, 하차를 반대하는 팬들의 절절한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꼭 다시 돌아와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그녀의 진심은 그렇게 통했다.
매일 밤 "우리는 더 행복해질 거예요"를 외쳐주었던 사랑스러운 그녀, 유인나와 이별할 시간, '유디, 우리는 더 행복해질 거예요.'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