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①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스포츠계의 부정방지 활동
②학원이 울고 있다, 부정방지는 뿌리에서 근절
③'클린 K리그', 부정방지에 낮과 밤이 없다
④문체부, 부정방지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⑤부정방지 결국 문화에서 나온다
"자꾸 귀찮게 해야 깨끗해지거든요."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구단과 선수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들이 질릴 정도로 교육하고, 감시해야 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프로축구 부정방지 사업을 두고 하는 말이다. 비단 프로축구 뿐 아니다. 불법 스포츠토토, 승부조작 등의 부정행위는 이미 전 종목에 걸쳐 호환·마마보다 더 무서운 병폐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지난해뿐만 아니라 최근에도 아마추어 종목 선수들이 불법 스포츠도박에 가담한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무서운 줄 알면서도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 암적인 존재, 바로 부정행위다.
"결국 무슨 맛인지 꼭 찍어먹어 봐야 알게 되고, 뒤늦은 후회에 눈물흘려 봐야 소용없다"는 얘기가 여전히 설득력 있게 들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축구는 몇 해 전 초유의 승부조작 사태로 엄청난 파국을 겪었다. 그래서인지 축구계는 부정행위에 대한 반응이 남다르다. 일선 구단들이 "연맹에서 너무 많은 교육·상담 가이드 라인을 정해놔서 그걸 따라가는 것도 쉽지 않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다.
연맹은 "부정을 근절하기 위해서라면 백 번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먼 훗날 '클린세상'을 위해 기꺼이 치러야 하는 성장통이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연맹은 부정 방지를 위한 전문 담당팀을 구성해 2016년 부정 방지 활동 계획을 만들어 놓고 올해의 전략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클린 K리그'이미지를 확고하게 구축하고 부정 방지 활동을 생활화하자는 게 그 목표다. 생활화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축구 프리킥의 달인이 되려면 셀 수 없이 차고 또 차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반복훈련이 최선이라는 게 연맹과 구단들의 판단이다.
생활화라는 게 남의 눈에 띌 때 면피용으로 했다간 효과도 없다. 야간 특별훈련을 하듯 밤과 낮 가릴 것 없이 안테나를 가동해야 한다. 이에 따라 연맹과 구단은 '워치독(watch dog)'처럼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부정 방지 활동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 K리그 경기가 열리는 경기장에서도 펼쳐진다. 매뉴얼로 정해져 진행되는 경기 전·중·후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경기 전에는 부정 방지 교육을 비롯해 면담일지, 부정 방지 서약서, 클린센터·핫라인 운영, 신고자 포상·자신 신고제도, 부정 예방 문자발송, 캠페인 포스터 등 구단들이 연중 상시로 운영해야 하는 행동수칙을 준수하는지 모두 점검한다.
경기가 진행 중일 때에는 은밀히 현장 감시반을 가동해 불법 중계자 등 불법 도박 정보 제공 행위를 적발한다. 경기가 끝났다고 끝난 게 아니다. 연맹은 경기 모니터링을 통해 이상징후를 찾아낸다.
먼저 K리그 전경기에 분석요원을 파견해 현장 관찰을 한 뒤 경기녹화방송을 다시 정밀 분석한다. 그래도 의심이 가시지 않는 경기가 나타나면 추가 분석을 하는 3중 감시망을 거쳐야 한다. 영상 분석에는 심판, 지도자 등 전문가 7명으로 구성된 분석팀이 참가한다.
부정 방지 교육과 선수 1대1 면담은 각각 연간 4회씩 실시된다. 주로 연맹이 교육을 담당하지만 구단도 자체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연맹에 보고해야 하고 선수와의 면담은 구단 사장·단장이 직접 실시한 뒤 일지를 작성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구단 운영과 선수단 관리 업무에 바쁜데 부정 방지 활동이 가욋일로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귀찮다고 힘들다고 소홀히 하는 순간 일이 터질 수 있다. 방심은 금물"이라는 게 구단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만큼 연맹을 통해서 긍정적인 '세뇌교육'이 철저하게 이뤄진 것이다.
그런가 하면 K리그 홈페이지 클린센터, 전용 콜센터(02-2002-0691), 연맹 핫라인 등을 연중 무휴로 가동하고 잊을 만 하면 단체문자를 발송하기도 한다. 부정 행위에 대한 경각심을 담은 문자를 받는 대상은 선수-코칭스태프(유스팀 포함), 심판, 구단 임직원 등 2000여명에 달한다.
일부 구단은 연맹이 주도하는 방지 프로그램에 그치지 않고 자체 시스템을 가동하기도 한다, 울산 현대의 경우 선수단을 위해 올해 도입한 멘탈코칭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다. 울산의 멘탈코치는 2015년 여자월드컵에서 효과를 보였던 윤형길 교수(한국체대)다. 당초 울산 구단은 동계훈련때 멘탈코치를 초빙했다가 좋은 반응이 나오자 연간 계획으로 변경했다. 멘탈코치는 선수들의 경기력 관련 상담뿐 아니라 심리적인 지도와 힐링을 통해 부정 유혹을 이길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한 구단 관계자는 "연맹과 구단이 부정 방지를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사는 일이 사실 쉽지는 않다. 하지만 우리가 피곤하면 K리그는 더욱 깨끗해질 것이라는 사명감에 적극 참여한다"고 말했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