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올해로 데뷔 22주년을 맞이한 배우 안재욱(45). 그에게 연기는 어떤 의미일까?
지난 1994년 MBC 공채 탤런트 23기에 합격, 김혜수와 함께 단막극 '눈먼 새의 노래'로 첫발을 내디딘 안재욱. 실존 인물인 시각장애인 강영우 박사 역을 맡은 그는 신인답지 않은 무서운 연기력으로 단번에 얼굴을 알렸다. 이후 MBC '짝' '호텔' '전쟁과 사랑' '자반고등어'로 입지를 다졌고 1997년 '별은 내 가슴에'로 신드롬을 일으키며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로 전성기를 맞았다.
'별은 내 가슴에'는 방영 당시 49.3%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고 중국에 수출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최초의 한류 드라마이기도 했던 '별은 내 가슴에'. 안재욱 역시 한류스타 1세대로 활약했다. '원조 한류스타'인 안재욱은 지금의 송중기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구사했다.
'별은 내 가슴에'가 끝난 뒤에도 안재욱의 상승세는 계속됐다. '복수혈전' '해마라기' '안녕 내사랑' '나쁜 친구들' '엄마야 누나야' '천생연분' 등으로 승승장구했다. 그런 그가 지난 2012년 종영한 MBC '빛과 그림자'를 끝으로 잠시 안방극장을 떠나 무대에 집중했다. '황태자 루돌프' '잭 더 리퍼' '태양왕' '아리랑' 등 뮤지컬에 집중했다. 그리고 다시 KBS2 주말드라마 '아이가 다섯'(정현정 극본, 김정규 연출)을 통해 안방극장으로 돌아왔다.
이렇듯 22년간 쉼 없이 달린, 일당백 히트 릴레이를 이어온 안재욱의 영업비밀. 그만의 비법은 '척'하지 않는 것이었다.
"'척'하는 걸 싫어해요. 22년간 지켜온 개똥철학이기도 해요.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가식 없는 연기를 하려고 했어요. 물론 완벽해지려고 애를 쓰고 안간힘을 쓰지만 그래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예요. 애써 감춘다고 단점이 가려지는 건 아니더라고요. 팬들은 이런 제 연기론을 싫어해요(웃음). 너무 솔직해서 탈이래요. 다른 배우들에 비해 키가 작으니까 깔창도 넣고 주름도 없애라고 하더라고요. 하하. 그런데 팬들 말처럼 해버리면 저 스스로 척하게 되는 것 같아요. 멋있는 척, 괜찮은 척, 젊은 척 등등. 어렸을 때부터 연기는 '사실주의 연기가 최고야'라는 뚝심이 있었어요. '연기가 아닌 것 같다'라는 평가가 최고의 칭찬이었죠. 그게 제 영업비밀이라면 비밀이라고 할 수 있죠."
어렸을 때부터 연기 지론이 확실했던 안재욱. '척'하는 연기도 싫어하지만 과도한 애드리브도 용납하지 않는다고. 대사는 작가에게, 연기는 배우에게 맡기는 게 가장 중요한 원칙이라는 것.
"전 즉흥적인 애드리브를 싫어해요. 작가가 재미있게 써주는데 그걸 배우가 마음대로 바꾸는 건 안 된다고 생각하죠. 드라마뿐만이 아니에요. 뮤지컬 할 때도 예기치 못한 사고에서 발생하는 애드리브 말고는 다른 애드리브는 허용하지 않았죠. 임기응변할 수 있는 애드리브까지만 인정했어요(웃음). 애드리브가 마치 특효약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이걸 또 남발하면 작품 자체가 지저분해질 수 있거든요. 아닌 건 아니라고 하는 성격이라 애드리브 남발하는 배우들에게는 '불편하다'고 직설적으로 말해요. 역지사지로 제가 작가라면 대사를 다 바꾸는 배우가 불쾌하지 않겠어요? 어떤 작품이던 절대 본질을 벗어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안재욱은 22년간 그래 왔고 앞으로도 이런 연기론을 지켜나갈 계획이다. 지금처럼 '척'하지 않는 배우의 길을 갈 것이라고. 내면까지 매력적인 배우 안재욱, 남자 안재욱, 그리고 인간 안재욱으로 살아갈 거라고 다짐했다.
"화려한 삶을 원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감춰진 삶을 원하지도 않아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오직 연기밖에 없으니까 다른 곳으로 눈 돌리지 않고 한길만 열심히 파고들려고요. 역시 자신이 잘하는, 좋아하는 일을 할 때 가장 어울리는 옷을 입는 거잖아요. 세월이 흐를수록 세상을 바라보는 눈도 넓어질 테니까 앞으로도 저에 대해 기대를 걸어보셔도 되지 않을까요? 후배들에게 늘 하는 말이 '조급해하지 마라'거든요. 운명대로 흘러가는 일 억지로 붙잡고 늘어지지 않을 거예요. 내려놓을 건 내려놓을 줄 알고 또 다른 기회를 잡을 준비를 해야 하죠. 이대로만 간다면 50세의 안재욱, 60세의 안재욱도 괜찮지 않을까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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