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상무 선수들은 지금 꿀맛같은 2박3일 휴가를 보내는 중이다. 군인들에게 특박은 제대날 다음으로 기다리지는 시간일 터. 이번 휴가는 24일 열린 K리그 클래식 7라운드에서 전북 현대를 상대로 거둔 무승부(2대2)에 대한 포상이다.
비록 승리는 아니지만, 무승부도 투혼의 결과다. 전북에겐 아쉬웠을 승점 1점이 상주에겐 더 없이 값지다. 디펜딩 챔피언에게 밀리지 않고 안방불패를 온 몸으로 지켜냈다는 자부심은 소중한 자산이다.
홈경기 무패 행진도 계속됐다. 상주는 울산과의 개막전(2대0 승)을 시작으로 수원FC전(1대1 무)과 포항전(2대0 승) 그리고 이번 전북전까지 올 시즌 4차례의 홈경기에서 한 번도 지지 않았다. 안방에서의 활약은 상주팬들의 관심을 높이는 계기로 작용했고, 팬들의 관심은 다시 선수들의 책임감과 정신력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선순환의 고리는 전북전에서 위력을 드러냈다. 그라운드 위의 선수들은 눈빛부터 달랐다. 죽을지언정 패배하지 않겠다는 '수사불패'의 각오로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물론 포상휴가도 그 이유 중 하나였을 것이다.
상주는 경기 시작 2분 만에 전북에 선제골을 내줬다. 하지만 곧이어 황일수의 만회골이 터졌다. 전반전이 끝날 무렵 또 전북이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전을 노린 상주는 박기동의 동점골로 기어이 균형을 맞췄다. 전북이 달아나면 악착같이 따라붙는 상주의 투지가 경기장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2대2 스코어는 경기를 쉽게 내주지 않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경기를 생중계하던 JTBC 이천수 해설위원도 "선수들의 투지에 상주를 응원하게 된다"며 중립의무를 살짝 위반하기까지 했다.
확 달라진 상주의 중심엔 최고참 상병 선수들이 있다. 오는 9월 제대를 앞두고 있지만 그 전까지는 엄연히 상주 소속. 팀을 위한 헌신이 무엇인지 몸소 보여주고 있다.
이날도 박기동의 부상투혼이 상주의 분위기를 다잡았다. 쉬지 않고 뛴 탓에 다리근육이 경직돼 절뚝이면서도 응급처치만 받고 돌아와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그라운드를 지켰다. 상주의 2골도 박기동의 발끝에서 만들어졌다. 전반전엔 황일수의 만회골을 도왔고, 후반전에는 천금같은 동점골을 올리며 승점 1점을 가져왔다.
조진호 상주 감독은 25일 "대체선수 없이 10명이 뛰더라도 박기동을 쉬게 하려 했지만, 박기동이 끝까지 뛰고 싶다면서 경기장으로 돌아갔다"며 "고참들의 솔선수범이 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칭찬했다.
박기동뿐만 아니다. 부상으로 쉬고 있는 이 용을 대신해 이날 경기에서 상주의 주장 역할을 맡은 박진포도 성실함과 올곧은 인성으로 조 감독의 신임을 얻고 있다. 조 감독은 "박진포는 우리팀의 활력소"라고 치켜세우며 "워낙 멘탈이 강하고 자기관리를 잘한다. 훈련 때나 경기장에서나 열심히 하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 빠른 공수 전환으로 팀 플레이에 공헌하고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상주는 군대라는 특성상 선수들의 제대가 경기력에 영향을 미친다. 원 소속팀 복귀를 앞두고는 부상을 염려해 몸을 사리기도 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그런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조 감독은 "선수들이 클래식 무대에서 뛰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경험하면서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고 있다. 승부욕과 집중력이 강해지면서 조직력도 한층 탄탄해졌다. 제대하는 날까지 한 팀으로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그래야 경기력을 유지해 소속팀 복귀 후에도 인정받을 수 있다는 걸 선수들이 알고 있다"고 말했다.
7라운드까지 마친 상주는 승점 8점으로 현재 5위다. 지난주 8위에서 껑충 뛰었다. 시즌 개막 전 하위권으로 예상됐던 상주의 깜짝 반전이다. 덕분에 K리그의 경쟁구도도 한층 흥미로워졌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