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①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스포츠계의 부정방지 활동
②학원이 울고 있다, 부정방지는 뿌리에서 근절
③'클린 K리그', 부정방지에 낮과 밤이 없다
④문체부, 부정방지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⑤부정방지 결국 문화에서 나온다
지난해 고등학생 축구 선수들의 불법 스포츠 도박이 도마에 올랐다.
만 19세 미만 미성년자의 경우 불법 스포츠 도박은 물론 성인에게 합법인 체육진흥투표권도 이용할 수 없다. 그러나 일부 선수들의 불법 스포츠 도박 실태는 도를 한참 넘었다. 더 큰 문제는 내부 조치였다. 미온적인 대응이 또 다른 화를 낳았다. '솜방망이 징계'는 또 다른 재앙이었다.
결국 언론을 통해 문제가 불거지자 대책이 나왔고, 선수 2명에게 6개월 출전 정지 징계가 내려졌다. 축구 뿐만 이나라 농구를 비롯해 일반 체육 선수들도 학생 시절 불법 베팅을 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는 경우가 제법 있다.
잠잠하다 싶으면 터지는 것이 바로 스포츠 선수의 불법 스포츠 도박이다. 그런데 불법에 노출되는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갈 길이 여전히 멀다는 목소리도 높다. 부정 방지의 열쇠는 학원에 있다. 학원스포츠라는 뿌리에서부터 잠재적 범죄자를 양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이 급선무다.
불법 스포츠 도박은 '불법'에 대한 큰 죄의식 없이 주변의 권유 속에 휴대폰이나 인터넷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스마트폰 시대',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접할 수 있을 만큼 진입장벽이 낮고, 단속 시스템도 열악하다. 불법 스포츠 도박의 인지경로는 주변사람의 소개, 인터넷 검색 및 배너광고,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등이다. 실시간 스포츠 중계를 하는 동영상 사이트와 소위 '픽'으로 불리는 스포츠토토 승률 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는 불법 스포츠 도박의 온상이자 주된 통로다. 국민체육진흥법 개정 이후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즉각적인 처벌은 쉽지 않다. 불법 스포츠 도박에 참가하는 지인들이 실제로 적발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점은 참가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
한번 빠지면 헤어나기 힘든 '악마게임'의 중독성도 불법 스포츠 도박의 특징이다. 24시간 내내 베팅도 가능하다. 2014년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발간한 '불법 스포츠 도박 실태분석 및 근절대책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불법의 유혹에 빠져든 이들은 대부분 '높은 배당률', '1폴더 베팅이 가능', '제한없는 일일 구매회차', '24시간 구매가능', '베팅 상한액 없음', '빠른 배당금 환급' 등을 이유로 꼽았다
비단 스포츠 선수 뿐이 아니다. 일반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2013년 2월 강원도 양구고 '청소년문제연구팀'이 울산광역시, 강원도, 충남도 지역 고등학생 167명을 대상을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응답자 중 14.95%(25명)가 불법 스포츠도박을 해봤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64%는 '불법인 줄 알면서도 했다'고 밝혔다.
이 비율은 늘었으면 늘었지, 줄어들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다. 불법 스포츠 도박의 검은 유혹이 교실까지 스며들었다. 판돈이 많지 않은 같은 반 학생들끼리 배당금을 높이기 위해 한 명에게 돈을 몰아줘 베팅하는 '반 토토'까지 성행한다. 부모 몰래 학원비, 교재비를 투자해 '한탕'을 노린다. 어느새 학교까지 흘러 들어간 국내 불법 스포츠도박 산업의 확산 속도는 우려스러운 정도다.
부정 방지를 위해서는 뿌리부터 체계적인 교육이 절실하다. 교육계도 나서야 한다. 교육부는 물론 시도교육청이 불법에 노출돼 있는 학원의 현실을 면밀히 점검하고 대응책을 내놓아야 한다. 우리 사회의 미래는 학원에 있다. 미성년자들이 불법의 온상에서 자유로워져야 우리 사회는 더 건강해질 수 있다. 스포츠 베팅 또한 건전화의 길을 걸을 수 있다.
처벌도 강화해야 한다. 불법이 판을 치는 이유는 처벌이 미약하기 때문이다. 단돈 1000원도 불법 도박은 절대 안된다는 경각심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단속망도 확충해야 한다. 스포츠 베팅 단속대상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반면, 단속 조직이나 인력은 현저히 부족하다. 온라인, 모바일 베이스인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 운영자들의 치밀한 기술력과 노하우를 단속망이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부정 방지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뒤늦게 외양간을 고쳐도 잃어버린 소는 돌아오지 않는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로그인'되는 불법 스포츠 도박의 검은 유혹, 그 심각성에 대한 국민적 문제의식과 근절을 위한 정부 차원의 강력한 의지, 실질적인 정책적 노력이 절실하다. 불법에 대한 메시지는 분명하고, 강력해야 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