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포츠산업은 '레드오션'이다.
한정된 수요 속에 공급은 넘쳐난다. 선수층은 풍부하지만 이들이 프로 무대까지 온전히 밟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기나 다름 없다. 축구 산업도 마찬가지. 스포츠산업이 발전하면서 무수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지만 제대로 된 성공사례를 꼽기란 결코 쉽지 않다.
국내 스포츠마케팅기업 스포티즌(대표이사 심찬구)은 지난 2014년 벨기에 2부리그 소속인 AFC투비즈를 인수했다. 국내 기업이 해외 구단 지분을 인수해 직접 경영에 뛰어든 보기 드문 사례다. 글로벌 스포츠인 축구, 그것도 그 중심인 유럽에서 이뤄지는 이들의 도전은 주목 받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유럽에서도 소규모로 통하는 벨기에 무대에서 2부리그 팀을 운영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일각에선 투비즈 인수를 두고 '무모한 도전'이라고 평가절하 하기도 했다.
2년여가 지난 현재. 투비즈는 벨기에 축구계에서 화제를 모으는 팀으로 탈바꿈 했다. '차이나머니'를 앞세워 세계 축구 이적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른 중국에서 답을 찾았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 중국 대표로 출전했던 수비수 양팅(23)을 같은 해 자유계약으로 영입해 2015년 광저우 부리로 이적시키며 큰 수익을 올렸다. 국내 선수 또는 유럽 선수를 데려와 이적시키는 기존의 방식을 비틀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양팅 이적은 최소비용으로 최대이익을 창출한 사례로 벨기에 축구계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우수한 선수들이 유스 시절부터 빠져 나가 수익 모델을 찾는데 고심 중인 벨기에 클럽들에게 투비즈의 접근방식은 충분히 구미가 당길 만하다.
스폰서십 역시 클럽의 범주를 깨면서 눈길을 모았다. 최근 벨기에 대표팀이 국제축구연맹(FIFA)랭킹 1위에 오르는 등 주가를 올린 게 호재가 됐다. 벨기에 대표팀과 명문팀인 스탕다르 리에쥬와 더불어 투비즈를 묶는 '스폰서십 패키지'를 개발해 주목을 끌고 있다. 유럽권이지만 축구시장 자체가 크지 않은 벨기에 현지 환경과 최근 유럽 축구계에서 활발한 스폰서십을 펼치고 있는 한국 기업의 특성에 맞춘 프로그램이다. 또 에당 아자르 등을 키워낸 벨기에 유스 시스템을 모델로 투비즈를 베이스로 한 유소년 아카데미 설립도 추진 중이다.
벨기에 축구인들은 투비즈를 '한국 문화 전도사'로 부른다. 홈 경기 시 한정판매하는 스카이박스석에 한식 뷔페 프로그램을 활용해 현지인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 16일(한국시각) 투비즈의 홈구장인 스타드 레뷔르통에서 열린 AS외펜전에서는 75유로(약 9만6000원) 상당의 스카이박스석 입장권 80장이 매진됐다. 200명까지 수용 가능하지만 차별화 및 고급화를 위해 입장객수를 줄인 게 프리미엄 효과를 냈다. 잡채, 만두, 김치, 김밥, 떡 등이 마련된 한식 뷔페에는 벨기에 현지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한국 기업이 인수한 팀'이라는 선입견에 대한 역발상 수익모델이다. 이날 경기장에서 만난 벨기에 축구 관계자는 "최근 카타르 국부 펀드에서 외펜을 인수하면서 자국 유스 시스템과 연계를 펼치고 있지만 구단 자체 비즈니스에서의 성과는 전무한 상태"라며 "투비즈는 단순히 구단 운영에 그치지 않고 벨기에 클럽들에게 새로운 수익 모델을 제시하는 구단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김은중 투비즈 코치는 "벨기에 현지 직원들이 스스럼 없이 '나는 반 한국인'이라는 말을 한다.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라며 "아직까지 걸어가야 할 길이 만만치 않지만 올 시즌 상위권까지 오르는 등 성적이 나고 있어 미래를 충분히 기대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투비즈의 목표는 단순히 성적에 그치지 않는다. '세계 축구 비즈니스 변방'인 한국이 세계 축구의 중심인 유럽에서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안착시키는 것은 또 다른 목표다. 재치와 아이디어로 의미 있는 도전장을 내민 투비즈와 스포티즌. 지금까지의 발걸음은 향후 도전에 대한 기대감을 품기에 충분해 보인다.
투비즈(벨기에)=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