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톺아보기'='틈이 있는 곳마다 모조리 더듬어 뒤지면서 찾아보다'라는 순우리말.
'해어화'
▶작품성 ★★★★
▶오락성 ★★★
감독 박흥식 / 주연 한효주 천우희 유연석 /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 개봉 2016년 4월 13일
영화 '해어화'는 1940년대를 배경으로 한데다 '권번'이라는 다소 생소한 장소를 택했고 캐릭터들이 기생과 가수의 롤을 오가는 혼돈의 시대를 다룬다. 때문에 첫 인상으로 어렵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해어화'는 꽤 웰메이드한 멜로물의 탄생을 알렸다. 전혀 걱정없이 극장에서 '해어화'를 선택해도 후회하지 않을 만큼 만족스러운 작품이 될 듯하다.
'협녀: 칼의 기억'으로 헛발질을 했던 중견감독 박흥식은 이번 '해어화'로 그 실패를 완벽히 만회할 것 같다. 아름다운 영상을 트레이드마크로 하는 박 감독은 '해어화'에서 그의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협녀'에서 화면은 아름다웠지만 스토리와 어울리지 않았던 것과 달리 이번 '해어화'에서는 스토리와 영상이 깔끔하게 어우러진다. 소품 하나하나에 신경을 쓴듯 아름다운 영상을 끊임없이 쏟아낸다. 극중 등장하는 권번과 클럽, 거리 모습 등은 실제 1940년대 모습을 방불케 할만큼 리얼하면서도 멜로영화 특유의 아름다움이 묻어난다. 박 감독은 4일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열린 '해어화' 기자간담회에서 "영화 말미에 '그땐 왜 몰랐을까. 그렇게 좋은 걸'이라는 대사가 나온다. 이 작품은 그것을 설명하기 위해 달려가는 영화다. 자신의 가치를 지키는 것은 자기 자신이기 때문에 자신을 버리면 안되는데 소율(한효주)는 그걸 버리면서 많은 비극의 주인공이 된다"고 작품에 대해 설명했다. 그가 말하는 주제는 아름다운 화면과 스토리, 배우들의 깔끔한 연기로 인해 빛을 발했다.
2013년과 2014년 연이어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던 한효주와 천우희는 '청룡 여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과시했다.
한효주의 '흑화'(?)는 '해어화' 최고의 재미다. 한효주는 간담회에서 "나는 악역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의 팜므파탈 연기는 혀를 내두르게 한다. 그동안 착한 역만 어울릴듯한 이미지였지만 이번 작품으로 그런 선입견을 완벽히 깰듯 보인다. 연우(유연석)와 연희(천우희)의 관계 사이에서 힘들어하는 감정을 고스란히 관객에게 전달하며 현재 충무로를 이끌어가는 톱배우임을 과시했다.
천우희 역시 노래 신동 같은 연희를 연기하며 그동안 보여줬던 연기와는 또다른 것으로 '연기 잘하는 배우'임을 인증했다. '훈남' 이미지의 유연석은 '응답하라 1994'에서 선보였던 순정남 연기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보여준 것 같아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한다.
유연석이 직접하는 '아리랑'의 피아노 연주는 보는 이들의 심금을 울리는 부가적 재미다. 또 '조선의 마음' '봄날의 순정' 그리고 '사랑, 거짓말이' 등 극중 소율과 연희가 부르는 곡들은 애달픈 스토리와 어우러져 보는 재미를 더욱 크게 만들어준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