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6개월 만의 공식 사과. 1분도 걸리지 않았다.
삼성 라이온즈 윤성환(35)과 안지만(33)이 드디어 취재진 앞에 섰다. 지난해 10월 마카오 원정 도박 스캔들이 터진 후 약 6개월 만에 나타났다. 시간은 3일 오후 3시5분, 장소는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실내연습장이었다.
윤성환이 대표로 사죄의 뜻을 밝혔다. 안지만과 함께 모자를 벗어 고개를 숙인 뒤 "그동안 팬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 앞으로 야구에만 전념하며 팬들께 좋은 모습만 보여드리겠다"고 용서를 빌었다. 안지만은 별 다른 말이 없었다. 굳은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했다.
이 자리에서 팬들이 궁금해하는, 핵심적인 부분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정킷방(보증금을 주고 빌린 VIP 도박방)을 사용한 것인지, 또 결백하다고 생각하는지, 이에 대한 질문을 받지도 스스로 먼저 얘기를 꺼내지도 않았다. 삼성 관계자는 "다른 말씀을 드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양해를 구한다"고 했다.
이해가 전혀 안되는 건 아니다. 윤성환과 안지만은 수사 보류가 공식 발표되지 않았다. 이상원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지난달 21일 참고인중지 가능성만 시사했을 뿐, 수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취재진 앞에서 한 발언이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구단과 선수는 단어 선택부터 신중을 기했고, 혐의에 대한 어떠한 이야기도 하기 힘든 입장이었다.
하지만 의문스럽다. 6개월 만에 나타나 고개를 숙이고, 입을 열고, 다시 고개를 숙이는 이 모든 과정. 사진 찍히는 시간을 빼면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구단과 코칭스태프가 무죄추정원칙에 의거해 1군 투입을 전격 결정했다면 좀 더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야 했다. 침묵한 안지만이 그렇다. 애초 취재진의 질문을 받지 않기로 했더라도, 자신의 목소리로 공식 사과할 필요가 있었다.
이번 사태를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 모습도 또 나왔다. 사실 수사 대상에 오른 선수를 공식 경기에 출전시키는 건 엄청난 '도박'이다. 안지만은 당장 3일 1군 엔트리에 등록됐고, 윤성환은 6일 수원 kt 위즈전 선발 등판이 유력하다. 하지만 이 도박에 앞서 "혐의가 입증될 경우 옷을 벗겠다"는 발언을 누구도 하지 않았다. 정말 무죄라고 자신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윤성환과 안지만이 의혹을 받고 있는 부분은 단순 원정 도박이 아니다. 정킷방을 이용하고, 외국환관리법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문제삼고 있다. 이는 결코 가벼운 죄가 아니다. 야구 팬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30년 넘는 KBO리그 역사를 얼마나 훼손할지 가늠하기 힘들다. 또 최악의 경우 시즌 중 혐의가 드러나면 야구계가 난장판이 될 것이 불보듯 뻔하다.
삼성은 이런 위험을 무릅쓰고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이날 오전 "둘이 1군 훈련에 합류한다"고 공식 발표했고, "사죄의 뜻을 밝힐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윤성환과 안지만 모두 '책임'과 관련된 언급을 하지 않았다. 프런트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수사 중'이라곤 해도 경기에 나갈 만큼 '깨끗하다', 후에 벌어질 문제에 대해 '책임지겠다' 등을 달리 표현할 방법은 많았다. 그간 이번 사태를 앞장 서서 해결하려 한 류중일 감독이 "매를 참고 견뎌야 한다"고 입을 열었을 뿐이다.
요식행위같은 1분짜리 사과로 차가운 여론이 돌아설 것 같지는 않다. 안지만이 등판할 때, 윤성환이 6일 선발로 마운드에 섰을 때 엄청난 야유가 쏟아질 것이 분명하다. 두 선수의 원정 도박 문제는 아직도 진행중이다.
대구=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