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10년간 KBO리그, 국제대회에서 쌓은 기록이 아닌, 한 달여간 시범경기에서 거둔 성적에 집착하는 걸까. 왜 2006년부터 꾸준히 검증한 타격 기술이 아닌, 일시적으로 무너진 밸런스에서 확신을 갖는 걸까.
요즘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행보를 보면 '왜'라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폭스스포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구단은 김현수를 한국으로 돌려보내는 방안을 논의했다. 댄 듀켓 볼티모어 단장은 "우리만 그런 결정을 한다고 되는 사안이 아니다. 김현수도 한국에 복귀할 의사가 있어야 하고, 그를 원하는 KBO리그 팀도 있어야 한다"면서도 부정하지 않았다. 벅 쇼월터 감독도 "5월까지 기다리면 자기 역할을 할 것이다"는 입장을 접고 "그에 대해 결정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며칠 더 지켜보며 결정할 생각"이라고 했다. 넉넉할 줄 알았던 시간이 급격히 줄었다.
물론 김현수가 못 쳐도 너무 못 친다. 16경기에서 44타수 8안타 타율 0.182에 홈런 없이 타점만 2개 전부다. 출루율(0.229)과 장타율(0.182)를 합한 0PS는 0.411. 개막 25인 로스터에서 빠져도 할 말 없는 숫자다. 그를 톱타자 후보나 개막전 주전 좌익수로 전망했던 현지 언론이 180도 돌아선 걸 이해 못할 일은 아니다. 더구나 좌익수 경쟁자 조이 리카드가 타율 0.396(53타수 21안타) 1홈런 7타점 5도루로 펄펄 날고 있다. 안타는 팀 내 1위, 득점권 타율도 0.385나 된다. 5툴 플레이어로서 자신의 매력을 십분 발휘하고 있다.
그럼에도 '계약 해지'를 운운하는 건 볼티모어의 엄청난 실책이다. 이제 고작 시범경기. 본무대는 막도 오르지 않았다. 국내 야구 환경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어느 구단도 시범경기에서 '외국인 선수'를 내보내겠다는 얘기를 하지 않는다. 최소한 정규시즌에서 한 달간 지켜본 뒤 최종 결정을 한다. 그것이 상식이다. 외국인 선수 신분인 김현수라고 다르지 않다. 장고 끝에 김현수를 택했다면 그에 걸맞은 기회가 시간을 보장해줘야 한다.
'방출'이 아닌, 계약 해지라는 방식도 문제다. KBO리그 야구 규약 외국인 선수 고용 규정에 따르면 구단이 원치 않아 선수를 방출할 경우 잔여 연봉을 모두 지급해야 한다. 메이저리그 역시 이 규정이 적용된다. 하지만 볼티모어는 계약해지라는 말을 꺼냈다. 돈을 아끼고 고위 관계자가 책임을 회피하겠다는 의도다.
그러면서 예를 드는 게 윤석민이다. 윤석민은 FA 자격으로 2014년 볼티모어와 3년 575만 달러에 계약했으나, 1년 만에 결별했다. 빅리그에 한 차례도 등판하지 못한 뒤 칭정 팀 KIA 타이거즈로 돌아왔다. 당시 KIA가 볼티모어에 지불한 이적료는 1달러. 형식적인 금액이었다. 어쨌든 윤석민에게 지불해야 할 잔여 연봉 430만 달러를 볼티모어가 아꼈다. 그의 영입을 주도한 프런트도 큰 책임지지 않았다.
하지만 윤석민 사례와 김현수는 다르다. 실전을 치른 지 이제 한 달도 되지 않았다. 지금 돌려보내는 방안을 검토하는 건 상식에서 벗어난 얘기다. 또한 지난해 12월 2년 간 700만 달러의 공식 계약을 체결한 볼티모어 단장이 스스로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꼴이다.
한 야구인은 이번 사태를 지켜보며 "볼티모어 구단에 분명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는 "김현수를 옹호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못하고 있는 건 분명하다"면서도 "시범경기 때 이런 문제가 불거지는 건 납득할 수 없다. 한 달간의 모습을 보고 계약 해지를 운운하는 건 상식 이하 행동"이라고 했다. 그럴 수록 선수는 더 압박 받고,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할 건 뻔하다는 논리다.
결국 김현수의 어깨만 더 무거워졌다. 더불어 그가 OPS를 높여야 하는 이유도 분명해졌다. 그 무대가 마이너리그라고 해도 말이다. 그리고 또 하나 분명한 사실, 김현수는 돌아올 마음이 없다. 김현수의 도전은 이제 막 시작됐다. 그의 거취를 논하는 건 시기상조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