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이 챔프전 3연승을 거뒀다. 이제 우승 반지에 1승만 남았다.
오리온은 25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KCC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7전4선승제) 4차전에서 KCC를 94대86으로 눌렀다.
처절한 힘 대결. 2, 3차전과는 다른 접전이었다. 하지만, 오리온의 벤치 클래스는 KCC를 압도했다. 3승1패. 오리온은 남은 4경기 중 단 1승만 거두면 우승컵을 차지한다.
▶1쿼터=KCC의 변화
1승2패. 단 1경기만 뒤지고 있었다. 하지만 KCC가 느끼는 체감 승패는 더욱 컸다. 2, 3차전 무기력한 패배. KCC는 '뭔가' 전면적 수정이 필요해 보였다. 정신적 문제 뿐만 아니라 시스템 적인 조정이 필요했다.
KCC 추승균 감독이 가장 중점적으로 말한 부분은 '템포'였다. "더욱 정확한 골밑 공격, 그리고 상대 속공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템포를 늦추는 게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했다.
그 다음 문제는 슈터들의 각성이었다. 안드레 에밋에 대한 오리온의 중앙 함정 수비가 빛을 발하는 것도, 역으로 보면 외곽에서 공격 지원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1쿼터 KCC는 두 가지 문제를 어느 정도 보완하는 듯 했다. 경기 초반 전태풍이 연속 7득점. 전태풍이 오픈 찬스에서 3점슛을 넣었고, 헤인즈의 마크가 이뤄진 상황에서 개인 능력으로 또 다시 롱2를 성공시키며 반칙까지 얻어냈다. 여기에 김효범의 골밑 돌파까지 이뤄지면서 KCC의 공격 루트는 다양해지는 듯 했다.
하지만 이승현의 골밑 돌파가 두 차례 이뤄졌다. 여기에 장재석의 공격 리바운드에 의한 풋백 득점이 이어졌다. 반면 KCC는 김민구의 3점슛 실패. 또 하나의 의미있는 장면. KCC는 정규리그 때 공격 루트를 다소 수정했다. 템포를 확실히 낮추라고 강조했다. 꼭 필요한 부분이지만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KCC의 속공 상황에서 김민구는 비어있는 에밋에게 줄 수 있었다. 에밋의 테크닉이라면 충분히 그대로 골밑을 돌파해 그대로 넣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자 않았다. 느린 템포 때문이다. 공격 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적절히 사용해야 하는데, 이런 부분이 익숙치 않았다.
4분33초를 남기고 김효범이 3점슛을 터뜨렸다. 1쿼터에서 김효범은 2개의 3점슛을 터뜨렸는데, 1개는 터프 슛이었다. 이 부분 역시 강렬했다. KCC의 외곽포가 지원을 한다는 의미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오리온도 만만치 않았다. 오리온은 '기어'를 바꿨다. 조 잭슨과 장재석을 투입했다. 체력적 조절, 분위기 전환의 두 가지 의미가 있었다.
장재석과 잭슨의 절묘한 2대2 공격이 성공했다. 이승현이 또 다시 미드 레인지 점프슛을 성공시켰다. 결국 23-22, 오리온의 1점 차 리드. 체감 상 KCC가 매우 선전했지만, 결국 오리온의 리드였다.
▶2쿼터=김동욱의 반전
하승진이 바스켓 카운트를 얻었다. 이승현의 파울로 3개째.
KCC는 템포를 계속 유지했다. 그러자, 오리온의 속공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KCC의 공격 때, 오리온의 신명호는 철저히 버려졌다. 신명호는 완벽한 오픈 찬스를 맞았지만, 주저했다.
드디어 신명호가 6분53초를 남기고 3점포를 성공시켰다. 오리온은 3점포가 들어가지 않았다. 문태종과 김동욱이 오픈 찬스에서 놓쳤다. 이 과정에서 김동욱이 3점슛을 쏘는 과정에서 격렬한 판정 항의를 했다. 슛을 쏘는 과정에서 전태풍이 팔꿈치를 쳤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김동욱에게 테크니컬 파울이 불렸다. 결국 KCC의 역전 34-30.
하지만 2쿼터 막판 오리온의 속공이 나오기 시작했다. 헤인즈가 골밑을 치고 들어가면서 김동욱의 3점포가 연결됐다. 김동욱은 1분7초를 남기고 또 다시 3점포를 터뜨렸다. 이승현 대신 들어온 장재석 역시 팁 인을 성공시킨 뒤 공격 리바운드를 잡고 헤인즈의 2득점을 도왔다. 사실상 대체 불가능한 카드였던 이승현이 없었지만, 그 공백을 최소화하는 장재석의 활약이었다. 결국 44-41, 오리온이 여전히 3점 차 리드.
▶3쿼터=신명호의 복수혈전
3쿼터에도 KCC가 공격 때 신명호가 버려지는 장면이 계속 나왔다. 헤인즈는 하승진과 에밋의 도움 수비를 위해 전혀 바깥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러자 신명호가 중앙에서 3점슛 2방을 깨끗이 꽂아넣었다. 완벽한 오픈 3점포. 오리온의 수비 메커니즘이 흔들릴 수 있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오리온은 공격에서 헤인즈의 자유투와 잭슨의 연속 돌파로 균형을 맞췄다.
분위기는 KCC가 가져올 듯 했지만, 오리온 역시 만만치 않았다. 헤인즈와 잭슨의 깨끗한 2대2 공격이 잇따라 터졌다.
하지만, KCC도 조금씩 오리온의 수비에 균열을 내는 듯 했다. 신명호가 다시 오픈 찬스를 잡았다. 헤인즈가 나오자, 신명호는 힐에게 패스, 골밑 슛을 연결했다. 그리고 에밋이 자신 공격의 최대 약점인 미드 레인지에서 점퍼를 세 차례 성공시켰다. 처절한 힘 대결이었다. 3분57초를 남기고 왼쪽 45도 지점에서 신명호가 또 다시 깨끗한 3점포를 작렬시켯다. 60-60 동점.
이때 변수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오리온의 속공 상황에서 신명호의 U 파울이 나왔다. 파울 트러블에 걸렸다. 하지만 이 때 미드 레인지에서 심한 몸 싸움을 하던 하승진과 이승현에게 더블 파울이 나왔다. 이승현의 4개 째 파울트러블.
결국 66-64, 오리온의 2점 차 리드. 챔프전다운 처절한 힘 대결이었다.
▶4쿼터=
오리온이 출력을 높이기 시작했다. KCC의 첫 공격을 24초 제한에 걸리게 만들었다. 여전히 날카로운 움직임.
문태종의 돌파가 나왔다. 하지만 3쿼터 신명호의 3개 3점포는 확실히 오리온 수비를 흔드는데 효과적이었다. 신명호가 오픈 찬스가 열리자, 마크맨이 뛰어나왔다. 골밑 깊숙히 자리잡던 하승진에게 연결, 가볍게 2득점.
이승현은 4개의 파울을 의식한 듯 적극적인 수비를 하지 못했다.
두 팀 모두 지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파울 전쟁이 시작됐다. 잭슨을 밀착마크하던 신명호가 5분10초를 남기고 5반칙 퇴장.
KCC는 전형적인 에밋 고(go)였다. 오리온은 체력적으로 조금씩 떨어진 상황. 즉, 에밋을 옥죄던 미드 레인지에서 골밑으로 들어가는 순간의 오리온 압박이 조금씩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에밋은 계속적인 골밑돌파를 통해, 득점을 하거나 반칙을 유도했다. 하지만 신명호라는 족쇄가 풀린 잭슨 역시 강력한 돌파로 효과적인 공격을 했다. 2분39초를 남기고 김동욱이 파울을 범했다. 5반칙 퇴장.
이어 KCC 역시 잭슨의 돌파를 막던 전태풍이 5반칙, 문태종의 돌파를 체크하던 하승진이 5반칙. 결국 벤치의 싸움이 됐다. 당연히 오리온이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KCC와 오리온의 가장 큰 차이점.
83-81로 앞선 오리온은 하승진의 파울로 얻은 자유투 2개를 문태종이 깨끗하게 성공시켰다. 반면, KCC는 에밋이 골밑 오픈 찬스로 연결한 패스를 정희재가 슛을 실패했다. 이어 잭슨의 돌파 이후 완벽한 오픈 찬스를 최진수가 3점포를 터뜨렸다. 88-81, 남은 시간은 경기종료 47.2초. 승패가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KCC는 사력을 다했다. 오리온의 템포를 늦추고, 김효범 전태풍의 외곽포도 활발했다. 기대하지 못했던 신명호 역시 50%(8개 시도 4개 성공)의 3점슛 성공률을 기록했다. 접전이었지만, 이번에는 뎁스의 한계에 부딪혔다.
5차전은 전주로 이동, 27일 오후 2시12분에 열린다. 고양=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