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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고비 맞은 수원 삼성 '고난행군' 딜레마 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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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행군을 어찌하오리까.'

수원 삼성이 시즌 초반부터 큰 고비를 맞아 울상을 짓고 있다.

이른바 '고난행군'이다. 그렇지 않아도 겨우내 전력 약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시즌 초반부터 '생고생 일정'으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와 K리그 일정이 중첩된 까닭이다. 남들은 ACL에 진출하고 싶어 안달인 데 ACL 진출 때문에 더 힘들다고 하면 '배부른 소리 한다'고 할까봐 대놓고 넋두리도 못한다.

하지만 수원의 올 시즌 특수 상황을 살펴보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K리그 개막(12일) 이전에 치른 감바 오사카와 상하이 상강과의 ACL 조별리그 1, 2차전까지는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하지만 K리그 시즌을 시작하면서 꼬였다.

수원은 지난 12일 성남과의 개막전(0대2 패)을 치른 뒤 곧바로 인천공항으로 향해 호주 멜버른으로 향했다. 이동시간이 무려 18시간 넘게 걸렸다. 지난해 ACL 조별리그에서 브리즈번 로어FC를 만났을 때보다 더 고달프다.

브리즈번은 호주 동쪽 끝에, 멜버른은 남동쪽에 위치한 까닭에 브리즈번보다 2∼3시간을 더 가야 하는 곳이다.

13일 멜버른에 도착한 수원은 여독을 풀 겨를도 없이 14일 하루 훈련한 뒤 15일 밤 멜버른 빅토리와 3차전을 치르자마자 다시 귀국행에 올랐다. 그리고 사흘 뒤인 20일 전남과의 K리그 홈개막전을 치러야 한다. 올해 ACL에 진출한 4개팀 가운데 유독 수원의 초반 이동 일정이 불리하다. 포항도 같은 조에 호주 시드니FC를 만났지만 16일 포항에서 경기를 치른다.

더구나 시기상 날씨 차이도 문제다. 수원이 성남전을 치른 12일은 꽃샘추위가 불어닥친 날이었다. 반면 같은 날 방문한 멜버른은 낮 최고 섭씨 27∼28도에 이르는 초여름 날씨다. 극과 극 온도와 장거리 여행에서 정상 컨디션을 보여줄 리 만무하다.

서정원 수원 감독은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를 만나 빡빡한 경기 배정에 대해 하소연을 했을 정도다. 20일 K리그 2라운드 이후 A매치 주간이라 2주일간 K리가 열리지 않기때문에 ACL 출전팀들의 경기를 사전에 조율하는 것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수원의 고민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전력 가동도 고민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ACL 조별리그 1,2차전에서 1무1패로 출발한 수원은 ACL과 K리그 두 마리 토끼를 노려야 하는 상황이다. 시즌 초반이라 더욱 그렇다. 선택과 집중을 하기에 너무 이른 시기다. 서 감독은 "리그 경기를 몇 차례 치러본 4, 5월이라면 어느 쪽에 집중할지 윤곽이 나오겠지만 시즌을 시작하는 지금 상황에서는 양쪽을 모두 노려야 한다"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수원은 선수 구성상 더블 스쿼드를 가동할 수 없고 오장은 이정수 등 베테랑은 늦게 복귀해 ACL 출전 명단에 등록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성남과의 K리그 개막전에서 0대2로 완패한 것도 베스트11 총력 체제로 밀고 나갈 수 없었던 수원의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시작이 반이라는 데 시작부터 꼬일 대로 꼬인 수원. 그래도 희망은 있다. 경험과 '깡'이다. 서 감독은 "작년에도 전력 약화와 지옥일정으로 고생했지만 리그 2위를 했다. 올해도 '깡'으로 버텨 수원의 저력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