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러 LG전에 맞춰 등판시켰다. LG를 상대로 어떻게 하는지 보고 싶었다."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킨 신인 선수가 있다. 아니, 사실 그 선수를 일찌감치 '스프링캠프 MVP'로 선정하며 기대감을 드러냈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그리고 그 기대에 일단 완벽히 부응하고 있다. 한화의 개막 엔트리 최고 히든카드가 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김재영은 15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해 3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피안타는 없었고 탈삼진은 3개였다. 사이드암치고는 빠른 최고 144km의 직구와 포크볼, 슬라이더를 앞세워 LG 타선을 압도했다. 지난 9일 넥센 히어로즈와의 시범경기에 첫 선발로 등판해 5이닝 3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 깜짝 호투를 보여준 뒤 2경기 연속 무실점 투구다.
홍익대를 졸압한 김재영은 지난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로 한화에 지명된 선수. 지명 순위만 봐도 잠재력 있는 투수임을 알 수 있다. 여기에 겨우내 이어진 김성근 감독표 지옥 훈련, 사이드암 전문 조련사인 가와지리 인스트럭터의 만남 등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며 프로 데뷔 준비를 마쳤다. 김 감독은 김재영을 스프링캠프 MVP로 선정하며 "훈련을 단 한 번도 거르지 않아 뽑았다"고 했지만 성실성에 실력 면에서도 폭발 가능성이 있기에 눈여겨봤을 확률이 높다.
김 감독이 LG를 상대로 선발 시험을 한 것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김 감독은 LG전을 앞두고 "LG를 상대로 어떻게 하는지 보고 싶었다"는 등판 이유를 밝혔다. LG는 이번 시범경기에서 가장 활발한 타격, 주루를 펼치는 팀이다. 특히, 상대 타자들을 압도하는 구위도 중요하지만 주자가 나갔을 때의 대처 능력 등을 시험해보는 좋은 무대가 될 수 있었다. LG는 달리는 야구를 선언하며 시범경기 주자들이 쉴 새 없이 뛰고 있다. 신인급 투수들은 공을 힘차게 던지라면 던지지만, 마운드에서 상황 대처 능력이 미흡할 수밖에 없다.
두 번째 눈여겨봐야 할 이유는 한화의 개막 3연전 상대가 LG라는 점. 한화는 현재 선발진이 확실히 구축되지 않았다. 사실상 에스밀 로저스 외에는 '선발이다'라고 확실히 못박을 수 있는 투수가 없다. 15이 새로 영입한 알렉스 마에스트리도 시범경기를 통해 정규시즌 초반 선발로 나설 수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송은범 안영명 김민우 등이 후보인데 이 세 사람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 보통 개막 3연전을 원정으로 치르면, 다가오는 홈 개막전을 위해 앞선 순위 선발투수 1~2명을 빼놓는다. 따라서 로저스를 LG와의 개막전 선발로 내보낸다 치더라도 이어지는 2경기에 등판할 후 순위 선발 요원이 필요하다. 김재영을 이 후보군 안에 포함시켜 시험해보려는 김 감독의 의도였을 수 있다.
일단 결과는 좋았다. 선수 본인 자신감도 넘친다. 김재영은 LG전 후 "첫 등판에서는 자신있는 직구, 포크볼만 던졌는데 LG전은 슬라이더, 커브 등 다양한 구종을 시험해봤다"고 말하며 "캠프 막판부터 밸런스가 좋았고 지금 그 감이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구속은 날씨가 따뜻해지면 2~3km 정도 더 올라갈 것 같다"고 말했다.
대전=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