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가 상수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직 인간이 해볼 수 있는 수준이 아닌가 한다. 그런 점에서 아쉽다."
5국을 마치고 공개해설장에 들어선 이세돌 9단의 표정은 만감이 교차하는 듯 했다. 간간히 미소를 띄웠지만 아쉬움이 뒤섞여 있었다. 해설장에 모인 각국의 언론 관계자들은 뜨거운 박수로 모든 짐을 내려놓은 이세돌 9단을 환영했다.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 알파고와 다섯차례 혈투를 벌인 이세돌 9단은 1승 4패로 대회를 끝냈지만 불꽃같은 투혼으로 인간의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고 영원하다는 사실을 전 세계인들의 뇌리에 강렬하게 심어주었다.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었는데 아쉽다. 부족함을 다시 한 번 절감했다"고 운을 뗀 이세돌 9단은 알파고에 대해 "상수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아직도 인간이 해볼 수 있는 수준이 아닌가 한다"면서도 "다시 붙어도 이길 수 있을지 의문은 든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그는 "알파고는 사람이 아니라 두는 스타일이 너무나 달랐다. 그것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렸다"면서 "알파고는 심리적으로 흔들리지도 않고, 집중력도 대단했다"고 평가했다. "실력보다 심리적인 부분에서 인간이 따라갈 수 없다. 그 점은 사람이 이기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 9단은 이어 "알파고의 수법을 보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정석과 바둑 격언 등이 다 맞는 것인가 하는 의문은 들었다"고 냉정하게 평가한 뒤 "앞으로 좀더 연구해봐야겠다"고 말했다.
이 9단과 함께 해설장에 등장한 '알파고의 아버지'인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는 향후 계획에 대해 "일단 이세돌 9단과의 대국에만 초점을 맞췄다.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며 "알파고에 대해서 더 발전시킬 수 있는 부분을 파악했다. 영국으로 돌아가 더 관찰한 뒤 어떻게 할 지 결정하겠다"고 밝혔다.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