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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에스트리 영입의 본질, 한화의 '플랜 B'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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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고끝에 내린 한화 이글스의 알렉스 마에스트리(30) 영입 결정. 그 본질은 결국 '플랜 B 가동'이다.

한화 구단이 마지막으로 남겨뒀던 외국인 선수 슬롯을 채웠다. 15일 오전 이탈리아 출신으로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를 거친 마에스트리 영입을 발표했다. 우완 정통파 마에스트리는 특이한 경력을 지녔다. 최초의 이탈리아출신 메이저리거이자 호주리그와 일본 독립리그, 그리고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버팔로스를 두루 걸친 선수다.

2006년 미국프로야구 시카고 컵스에 입단했고, 호주와 독립리그를 거쳐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오릭스에서 4년간 96경기에 나와 14승11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3.44를 기록했다. 201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는 이탈리아 국가대표로 나서기도 했다. 체격 조건(신장 1m83, 80㎏)은 그릭 크지 않지만, 투심과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다양한 구종을 지녔고, 제구력 또한 안정돼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저렴한 계약의 이유

주목할 점은 마에스트리의 계약 조건. 기본 보장액이 2000만엔(미화 약 17만5600달러, 한화 약 2억900만원)에 불과하다. 대신 성적에 따른 플러스 옵션이 기본 보장액의 1.5배에 달하는 3000만엔(미화 약 26만3000달러, 한화 약 3억1300만원)이나 된다. 마에스트리가 옵션을 모두 획득하면 최대총액은 약 44만달러 선에 이른다.

마에스트리가 옵션을 모두 채운다고 해도 상당히 저렴한 액수다. 구단이 계약 과정에서 확실한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는 게 드러난다. 최근 국내 구단의 외국인 선수 영입 트렌드에 비춰보면 매우 파격적인 조건이다. 구단 측은 "옵션을 강화함으로써 선수에게 확실한 목표의식과 동기를 부여했다"고 밝혔다.

결국 이 계약 조건 안에 한화 구단과 김성근 감독의 진짜 의도가 담겨있다. 시즌 개막이 불과 17일 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외국인 선발투수 한 자리를 마냥 비워놓는 게 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한 것. 외국인 선발이 한 명 부족한 상태에서 페넌트레이스에 돌입하게 되면 초반 경쟁에서 크게 밀려날 위험이 있다.

김 감독은 "메이저리그 로스터에서 최종 탈락하는 투수가 나올 때까지 마냥 기다리다가는 팀 전체가 힘든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면서 "지금 팀내 선발후보군이 많아보여도 확실한 선발이 부족하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불펜에 의존하면 뒤에 힘이 빠진다. 무엇보다 외국인 투수 자리를 비워둔 채 페넌트레이스에 들어가면 다른 팀의 집중 공략을 받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당초 한화의 최우선 목표, 즉 '플랜 A'는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 뛰다가 최종 개막 로스터에서 탈락한 투수를 영입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지금까지 기다려왔다. 그리고 여전히 현재도 이 목표를 포기하지 않았다. 스카우트팀은 이미 오래전부터 미국 현지에서 선수들을 관찰하며 영입 작업을 진행하고 있고, 김 감독도 꾸준히 메이저리그 시범경기를 보며 영입 대상 선수를 보고있다.

▶'플랜 A', 현재진행형이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플랜 A'만 믿고 기다리기에는 위험부담이 크다. 만약 메이저리그 로스트에서 탈락한 선수가 한화와 계약해도 실제로 팀에 합류해 경기에 나서기까지는 매우 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그렇다. 메이저리그 시범경기는 4월4일(한국시각)에 끝난다. 이때쯤 로스터가 발표될 경우, 선수가 한화와 계약하고 마이너리그 소속팀과의 계약 문제 등 신변을 정리한 뒤 한국에 와서 실전에 투입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빨라야 4월말이나 돼야 선발을 맡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곧 시즌 초반 한화의 전력이 크게 불안정해진다는 뜻이다. 또 그렇게 데려온 선수가 부진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결국 한화는 영리한 판단을 했다. 여전히 '플랜 A'를 진행하면서 보험이라고 할 수 있는 '플랜 B'를 동시에 가동한 것이다. 기본 보장액을 대폭 낮추고 플러스 옵션을 강화한 채 마에스트리를 영입한 진짜 이유다.

원래 한화는 오키나와에서 테스트를 치른 듀엔트 히스를 이런 형태로 영입하려고 했었다. 지난 4일 히스의 영입 포기를 발표한 뒤 내부적으로 급격한 변화가 있었다. 그래서 히스와의 계약을 구체적으로 진행한 게 맞다. 하지만 히스는 최종 메디컬 체크에서 이상이 발견돼 끝내 한화 유니폼을 입지 못하게 됐다. 이후 찾은 대상이 마에스트리였다. 말하자면 '대안'의 또 다른 '대안'이다.

현재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마에스트리가 기대 이상의 호투로 선발 한 축을 확실하게 책임져주며 플러스 옵션을 모두 따내는 것이다. 구단과 선수 모두 '윈-윈'할 수 있다. 하지만 만약 마에스트리가 부진하다고 해도 데미지는 적다. 어차피 기본 보장액이 낮기 때문에 향후 확실한 메이저리거 출신 선수가 나오면 교체 비용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

김 감독은 "일본에서 던지는 모습을 봤는데, 꽤 안정적이었다. 3~4일쯤 후에 시범경기에 투입할 계획인데 잘 해주길 바란다"면서 "동시에 미국쪽에서도 계속 선수를 체크 중이다. 어떤 상황이 벌어질 지 모르기 때문에 여러가지 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