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Fan)을 즐겁게(Fun)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최근 kt그룹은 kt스포츠 새 사장에 교수 출신으로 중앙대 부총장을 지낸 김준교씨(61)를 선임했다. 야구계의 반응은 놀라웠다. 학자 출신이 스포츠단 수장을 맡게 된 게 이례적이었다. 또 김준교 신임 사장은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가르쳤다. 문화 예술 전문가가 스포츠단 경영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셈이다. 일부에선 낙하산 인사라는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봤다.
김준교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을 브랜딩 전문가라고 소개했다. 그는 시각디자인으로 일가를 이뤘고, 이름만 대면 알만한 국내 굴지의 기업, 기관들의 브랜드 이미지 작업을 주도하기도 했다. 또 그는 중앙대 부총장 시절 3년 동안 야구 축구 농구 등 대학 스포츠팀을 육성하면서 스포츠와 인연을 맺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kt그룹에서 나를 뽑은 건 브랜드 마케팅 전문가로 kt 스포츠 특히 kt 위즈 야구단을 좀더 마케팅 측면에서 잘 접근해 팬들로부터 더 많은 사랑을 받도록 만들라는 주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선임 후 채 한달이 안 됐지만 많은 아이디어를 구상했고, 또 직원들에게 과제를 주었다. 김 사장은 "우리 수원 야구장을 찾는 팬들을 즐겁게 만드는 게 내 목표이다. 그걸 위해 kt그룹과 함께 고민하고 또 보조를 맞출 것이다"고 말했다. kt그룹의 첨단 IT기술을 야구장에서 구현하고 싶다고 했다. 실제로 요즘 주목받고 있는 VR(가상현실)을 야구장에서 체험할 수 있는 이벤트 등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 kt 위즈가 시도해 큰 주목을 받았던 물대포 이벤트 등은 올해도 그대로 살려나가기로 했다. 또 김 사장은 패밀리 마케팅을 위해 아줌마 팬들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고 했다.
스포츠단 경영에서 마케팅이 성공하기 위해선 일정 수준 이상의 팀 성적이 기반이 돼야 가능하다. 팀 경기력과 성적이 바닥을 기고 있다면 아무리 좋은 브랜드와 마케팅 기법도 백약이 무효다. 김 사장도 팀 성적이 모든 것의 기본이 돼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선수단의 경기력 부분에 대해선 철저하게 조력자로 믿고 기다리겠다고 했다.
김 사장은 최근 고개부터 숙이고 사과하는 게 일이 됐다. 이제는 일단락됐지만 포수 장성우가 SNS 파문으로 법원으로부터 벌금형을 받았다. 50경기 출전 정지라는 중징계까지 받았다. 게다가 외야수 오정복까지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어 KBO로부터 15경기 출전 정지를 당했다. 김 사장은 본격적으로 상대와 사각의 링에서 싸워보기도 전에 먼저 몇 방을 얻어맞은 셈이다.
프로 스포츠 현장은 수백명을 상대로 강의했던 학교와는 좀 다른 차원의 정글이다. 김 사장은 "30년 넘게 강단에서 쌓은 걸 바탕으로 죽기살기로 한번 붙어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난해 김영수 전 사장이 KBO리그 1군 무대에 연착륙시킨 kt 위즈는 제2의 도약이 필요한 시점이다. 일단 새 수장의 의욕은 넘쳐 보였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