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의 자존심이 걸렸다.'
다크호스 성남FC와 전통의 강호 수원 삼성이 강·중의 경계선에서 개막 혈투를 준비하고 있다.
전쟁터는 오는 12일 오후 2시 탄천종합운동장이다.
성남의 텃밭 탄천은 진작부터 달아올랐다. 이른바 '깃발더비'때문이다. 신입생 수원FC와 성남의 19일 첫대결을 앞두고 이재명 성남시장과 염태영 수원시장이 '이긴 팀 시청기(구단기)를 진 시청에 걸기' 내기를 하며 '붐업'을 일으켰다. 그렇게 따지면 수원벌도 서서히 달아오르는 중이다. 수원FC의 승격으로 K리그 사상 최초 동일 지역에서의 '수원더비'가 성사됐다.
이런 신생 더비들이 관심을 끌기는 하지만 수원과 성남의 대결에 아직 비할 바는 못된다. 수원과 성남은 K리그의 터줏대감이자 수도권의 양대 강호다. 수원FC의 합류로 수도권 프로팀이 인천을 포함해 4개로 늘었지만 과거 명성과 업적에서 수원과 성남을 따라오기엔 아직 멀었다.
성남은 지금 시민구단으로 탈바꿈한 상태이지만 일화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면 과거의 수원 못지 않은 우승 청부사였다.
이런 두 팀은 올 시즌 '동상이몽'으로 시작한다. 동상이몽을 둘러싼 김학범 성남 감독(56)과 서정원 수원 감독(46)은 지난 7일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이미 신경전을 벌였다.
김 감독은 당시 "사실 우리가 수원에 강하다. 성남 선수들은 수원만 만나면 잘 한다는 확신이 있다. 우리가 이긴다"고 서 감독을 자극했다.
김 감독의 자신감에는 그럴 만한 근거가 있었다. 클래식-챌린지 승강제도가 실시되기(2013년) 전 수원과의 통산 맞대결에서 성남은 17승19무23패로 열세다. 하지만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2승5무2패로 열세 구도를 대등으로 바꿔놨다. 특히 김 감독이 성남에 다시 복귀하면서 바뀌었다.
이에 서 감독은 "우리는 작년처럼만 하겠다. 지난해 성남과의 첫 경기에서 3대1로 이겼다. 올해도 이어갈 것"이라고 응수했다. 더구나 수원은 이번 개막전이 성남 원정인 게 반갑다. 지난해 수원이 성남에서 가진 원정경기에서 승리한 뒤 성남과의 맞대결에서 1승2무1패를 거뒀다. 이 가운데 성남 원정 1승1무로 패한 적이 없다.
두 감독은 개막전 정보 경쟁에서도 치열하게 견제했다. 서 감독이 먼저 "성남의 최신 버전 영상 자료를 도무지 찾을 수가 없다. 성남이 작년에 비해 선수 구성이 많이 바뀌었는데 2015시즌 영상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면서 "우리는 발가벗었는데 저쪽은 베일에 싸여 있다"고 토로했다. 수원이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2경기를 벌써 치르는 등 전력을 노출한 터라 불리하다는 점을 강조한 말이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특유의 능구렁이 화법으로 받아쳤다. "우리 경기영상 갖고 뭘 그리 걱정하나. 그게 그건데. 작년하고 달라진 게 없다니까." 김 감독은 "나가고 들어온 선수들이 있지만 작년에 핵심으로 뛰었던 선수들은 그대로다. 어차피 그 선수들 중심으로 올해도 버텨야 하는데 크게 바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신인들은 실력이 크게 떨어진다. 다른 이적생들도 성남의 혹독한 훈련방식에 적응하느라 바쁜데 당장 써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허허실실 작전을 폈다.
수원은 두 시즌 연속 정규리그 2위로 과거 명성을 유지했고, 성남은 지난해 9위에서 5위로 도약하며 상위권을 위협하는 다크호스가 됐다.
이들이 연출하는 올 시즌 첫 수도권 혈투에 꽃샘추위도 달아날 분위기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