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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인터뷰]크라머"평창 1만m에서 이승훈 이기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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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목표는 평창올림픽 1만m에서 이승훈을 이기는 것, 금메달을 따는 것이다."

네덜란드 '빙속 황제' 스벤 크라머(30)는 지난 6일(한국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펼쳐진 세계 올라운드 스피드스케이팅 선수권에서 5000m, 1만m 금메달을 휩쓸며 역대 최다 '8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네덜란드의 전 매체 1면에 크라머의 우승 소식이 대서특필됐다. 7일 스포츠용품 브랜드 휠라와 독점공급 계약을 체결한 세계적인 빙상 수트 제작사 베르트 판데르 툭 스포츠컨펙스 대표는 "네덜란드의 스피드스케이팅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이 이렇게 뜨겁다"며 현지 신문들을 일일이 들어보였다. 자부심이 가득했다.



8일 귀국하자마자 네덜란드 헤이렌베인 월드컵 파이널을 위해 맹훈련중인 크라머를 링크에서 만났다. 8번째 우승 비결을 묻는 질문에 "프로선수로서 기본적인 훈련은 물론 사적인 일들을 포기하고 오직 운동에만 집중하고 있다. 생일파티같은 것도 다 포기했다"고 했다. 크라머는 우월하고 빠른 유전자를 타고 났다. 크라머의 아버지와 형 역시 유명한 프로 스케이팅 선수 출신이다. 걸음마를 막 뗀 서너살 때 이미 스케이트를 신었다. 지난 10년간 정상을 유지해올 수 있었던 비결을 묻자 크라머는 "훈련을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재능도 중요하다. 피나는 훈련과 타고난 재능, 이 두가지 외에도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고 했다.

'장거리 레이서'인 크라머는 허벅지 부상으로 시련도 겪었다. 2010~2011시즌을 통째로 쉬었다. 이상화 역시 부상을 달래가며 평창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는 말에 "나는 1년을 쉬었다. 오른쪽 허벅지 부상으로 훈련을 할 수 없었다. 화가 치밀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했지만, 다음 기회를 위해, 더 좋은 결과를 위해 기다렸다. 제대로 쉬는 것 역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크라머는 네덜란드 빙속의 간판스타다. 한국에서는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 1만m에서 이승훈과 나란히 스케이팅하면서 화제가 됐다. 크라머는 이승훈보다 앞서 결승점을 통과했지만 인코스, 아웃코스 순서에서 실수하며 실격했다. 이승훈이 행운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2014년 소치동게올림픽에서 와신상담한 크라머는 5000m와 팀추월에서 2관왕에 올랐고 1만m에선 은메달을 따냈다. 세계선수권에서의 기록은 더욱 위대하다. 세계올어라운드선수권에서 크라머는 2006~2007시즌 첫 1위에 오른 후 2009~2010시즌까지 사상 첫 4연패의 위업을 달성했고, 부상으로 결장한 2010~2011시즌 이후 2011~2012, 2012~2013시즌 또다시 2연패, 지난 7일 또다시 2연패하며 총 8회, 최다우승 기록을 다시 썼다. 남자 5000m와 남자 팀추월의 세계최고기록 보유자다.2005년 11월 19일 열아홉살의 나이에 남자 5000m 세계기록을 달성한 이후 매시즌 기록경신을 거듭해왔다. 2007년 11월17일 캘거리 올림픽오발에서 기록한 6분3초32는 10년째 깨지지 않는 5000m 세계최고기록이다. 2013년 11월16일 솔트레이크시티 유타올림픽오발에서 세운 팀추월 3분35초60 역시 세계최고기록이다. 올시즌에도 크라머의 질주는 계속됐다. 지난해 1월9~10일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펼쳐진 유럽 올어라운드 세계선수권 5000m 1만m에서 우승하며 합산 랭킹 1위로 8번째 정상에 섰다. 지난 10년간 장거리 종목에서 단 한번도 세계 정상을 놓치지 않았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직겨냥하고 있다. "평창에서도 5000m, 1만m, 팀추월 등 3종목에 도전할 것"이라더니 대뜸 "미스터 리(Lee)"를 언급했다.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 남자 1만m 결승에서 나란히 경쟁한 '이승훈' 얘기였다. 소치올림픽에서 5000m 2연패에 이어 팀추월에서 금메달을 땄지만 1만m에선 또다시 은메달에 그쳤다. '이승훈의 나라'에서 열리는 평창올림픽, 1만m 금메달을 다짐했다. "제일 중요한 것은 1만m다. 이승훈을 1만 m에서 꼭 이기고 싶다"며 씨익 웃었다. 좋아하는 한국선수로도 '미스터 리'를 꼽았다. "이승훈이 밴쿠버에서 좋은 결과를 내면서,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에 좋은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스프린터' 이상화도 빼놓지 않았다. "상화도 계속 좋은 레이스를 하고 있다. 좋은 선수"라고 칭찬했다.

지난 주말 독일 베를린 세계올어라운드선수권에서 8번째 우승을 달성하고도 크라머는 쉬지 않았다. 곧바로 훈련에 돌입했다. 11~13일 고향 헤이렌베인에서 펼쳐지는 올시즌 마지막 대회 ISU 월드컵 스피드스케이팅 파이널에 출전한다. 남자 5000m 월드컵 랭킹에서 스벤 크라머는 랭킹포인트 380점으로 '한솥밥' 요리트 베르스마(410점)에게 30점 뒤진 랭킹 2위다. 크라머는 12일 출전하는 남자 5000m, 시즌 마지막 레이스에서 월드컵 랭킹 1위 탈환을 목표 삼고 있다. "많이 피곤하지만 이번주가 올시즌 나의 마지막 주다. 월드컵 파이널이 내 마지막 무대다. 랭킹 1위로 마무리하고 싶다. 4주 휴가가 기다리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

크라머는 끊임없이 부족함에 도전하는 선수다. 선수로서의 마지막 목표 역시 1만m였다. 1만m는 5000m와 팀 추월을 세계최고기록을 보유한 그가 완벽하게 정복하지 못한 유일한 땅이다. 아직 배가 고프다. 선수로서의 최종 목표를 묻는 질문에 "2018년 평창올림픽 1만m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이 마지막 목표"라고 또렷이 말했다. 헤이렌베인(네덜란드)=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