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경기서 21타수 무안타. 볼티모어 오리올스 김현수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김현수는 10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클리어워터의 브라이트 하우스필드에서 벌어진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시범경기에서 5번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이번 시범경기서 7경기에 출전한 김현수는 21타석에 들어가 단 한 번도 출루하지 못했다. 4사구도 없이 21타수 무안타. 두산 베어스 시절에도 이처럼 무안타 기간이 길었던 적은 없었다.
상황이 심각한 것일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벅 쇼월터 감독이나 볼티모어 지역 언론은 김현수의 침묵에 아직은 실망감을 나타내지는 않고 있다. 오히려 적응 가능성을 높게 점치며 기다려보자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날 경기 후 쇼월터 감독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그에게 계속 기회를 주면서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를 보고 있다. 만일 기회를 끝까지 줬는데도 변함이 없다면 그때 가서 조정을 하면 된다"면서도 "하지만 김현수는 부진에서 탈출한다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며 변함없는 신뢰를 드러냈다.
이날 안타는 없었지만 타구의 질이 괜찮았다는 점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김현수는 세 차례 타석에서 공을 모두 배트 중심에 맞혔다. 이전 경기에서는 빗맞은 땅볼이 많았지만, 이날 경기서는 3개의 타구 모두 강하게 뻗어나갔다. 특히 김현수는 첫 타석과 세 번째 타석에서 6구, 7구까지 공을 보면서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2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김현수는 볼카운트 2B2S에서 상대 선발 알렉 애셔의 6구째 91마일 직구를 밀어쳐 왼쪽으로 뻗어가는 타구를 날렸다. 펜스 앞에서 필라델피아 좌익수 피터 버조스에게 잡히고 말았지만, 라인드라이브 타구가 꽤나 멀리 날아갔다.
4회초 두 번째 타석에서 친 1루수 땅볼은 강하게 그라운드를 때리며 흘러가는 강습 타구였다. 초구 스트라이크를 흘려보낸 김현수는 상대 우완 세베리노 곤잘레스의 2구째 92마일짜리 몸쪽 직구를 힘차게 잡아당겼다. 상대 1루수 다린 루프가 왼쪽으로 몸을 날려 잡아낸 뒤 베이스커버를 들어오는 곤잘레스에게 토스, 겨우 잡아낼 수 있었다.
2-6으로 뒤진 7회초에도 배트 중심에 맞혔지만, 야수 정면이었다. 오른손 그렉 버크를 맞아 볼카운트 2B2S에서 7구째 87마일 몸쪽 직구를 잡아당겨 우익수쪽으로 타구를 날렸다. 김현수는 9회초 수비때 L. J. 호스로 교체되면서 이날 경기를 마쳤다. 볼티모어는 4대8로 패했다.
김현수의 무안타 행진이 길어지자 지역 언론도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볼티모어 선은 '여전히 첫 안타를 갈구하고 있는 김현수가 침묵을 깨지 못했다. 마치 그가 타구를 날리는 곳마다 누군가가 잡으려고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고 표현한 뒤 '김현수는 안타없이 21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이것은 맞히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다. 삼진은 지금까지 3개 밖에 안당했다'며 부진의 이유가 다른 곳에 있음을 강조했다.
결국 심리적 부담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이날은 마음을 비우고 타석에 들어선 듯 스윙 자세나 공을 보는 신중함이 이전 경기와는 달랐다. 쇼월터 감독은 김현수가 무안타에 그칠 때마다 "시범경기 성적은 아무 의미가 없다. 김현수는 5월이면 기대했던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며 응원을 보냈다.
한편, 이날까지 시범경기 9연패에 빠진 볼티모어는 11~12일 뉴욕 양키스와 홈과 원정을 오가며 2연전을 갖는다. 볼티모어와 함께 김현수도 침묵을 깰 지 지켜볼 일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