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의 해, 한국 배드민턴에 기분좋은 윈-윈바람이 불고 있다.
바람을 몰고 온 주인공은 이용대(28·삼성전기)의 옛 단짝이던 고성현(29·김천시청)이다.
고성현은 최근 독일오픈에서 2관왕에 올랐다.
고성현은 7일(한국시각) 독일 물헤임앤더루에서 폐막한 2016 독일오픈 그랑프리골드 남자복식 결승서 신백철(김천시청)과 짝을 이뤄 이용대-유연성(수원시청)에게 2대1(20-22, 21-18, 21-17)로 역전승을 거뒀다.
이어 고성현은 김하나(삼성전기)와의 혼합복식에서 대표팀 후배 신백철-채유정(삼성전기)을 2대0(21-19, 21-12)으로 제압하며 한국의 올해 첫 2관왕 자리에 올랐다.
공교롭게도 고성현은 이용대의 단짝이었다. 이용대는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정재성(현 삼성전기 코치)과 함께 금사냥에 나섰다가 동메달에 그쳤다. 이후 정재성은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대한배드민턴협회가 전략적으로 이용대의 짝으로 선택한 이가 고성현이었다.
이용대는 정재성과 호흡을 맞출 때와 마찬가지로 1년 선배 고성현과 함께 세계랭킹 1위에 오르며 남자복식 강국의 명맥을 이어갔다. 2013년 카잔유니버시아드에서 남자복식 금메달을 합작하는 쾌거도 이뤘다.
하지만 이들의 인연은 여기까지였다. 이용대의 짝은 유연성으로 바뀌었다. 한국의 간판인 이용대가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마지막 성과를 내도록 하기 위해서는 후위 플레이를 보완할 수 있는 유연성이 적합하다는 협회의 전략적 판단 때문이었다.
고성현은 신백철과 복식조를 결성했지만 이용대-유연성의 아성을 좀처럼 넘지 못했다. 이번 독일오픈 이전까지 양팀의 맞대결은 4승2패로 이용대-유연성의 우세였다. 고성현-신백철조는 2014년 8월 월드챔피언십 첫 맞대결에서 승리한 뒤 3경기 연속 패했고, 이후 1승1패를 나눠가졌다. 하지만 이번에 승리하면서 통산 맞대결 3승4패로 호각세를 이뤘다.
부동의 세계 1위 이용대-유연성을 위협하는 존재로 부상하면서 한국 남자복식의 올림픽 본선 경쟁력도 덩달아 높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고성현-신백철은 마지막 1장 남은 남자복식 출전권(복식 종목 올림픽랭킹 8위 이내 국가당 2장)을 놓고 후배 김기정-김사랑(삼성전기)과 치열하게 내부 경쟁하고 있다. "선의의 경쟁은 곧 경기력 상승"이라는 게 이득춘 대표팀 감독의 바람이다.
고성현은 김하나와의 혼합복식에서는 세계랭킹 4위, 올림픽랭킹 2위로 올림픽 출전권을 사실상 확보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고성현의 짝인 신백철은 혼합복식에 경쟁을 부추겼다. 현재 혼합복식에서는 고성현-김하나를 제외하고 신백철-채유정, 최솔규(한국체대)-엄혜원(MG새마을금고)이 올림픽랭킹 9, 10위로 치열하게 경합하는 중이다. 신백철-채유정이 이번에 준우승하면서 3위를 기록한 최솔규-엄혜원을 더 밀어냈다. 이는 곧 '추격자' 최솔규-엄혜원을 자극하는 계기가 된다.
서로 쫓고 쫓기는 경쟁 속에 메달 전망은 밝아지고 있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