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김현수(28·볼티모어 오리올스)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아무리 시범경기라고 해도 타이밍이 전혀 맞지 않는다. 7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제트블루 파크에서 열린 볼티모어와 보스턴 레드삭스의 경기. 김현수는 4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전했다. 하지만 3타석 모두 범타로 물어나며 안타를 신고하지 못했다. 5경기에서 16타수 무안타. KBO리그 '타격 기계'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1회는 삼진이었다. 2사 2,3루에서 보스턴 선발 클레이 벅홀츠의 낮은 변화구에 속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2회는 포수 뜬공이었다. 이번에도 2사 만루로 타점 찬스였지만, 초구를 건드려 허무하게 물러났다. 그리고 4회 2사 2루 세 번째 타석. 다시 한 번 삼진을 당했다. 상대 불펜 매트 바메스가 던진 스트라이크를 그대로 지켜봤다. 김현수는 6회 말 시작과 동시에 외야수 알프레도 마르테와 교체됐다. 수비에서는 큰 실수가 없었다.
전문가들은 심리적으로 위축되면서 밸런스가 무너졌다고 진단하고 있다. 초대 MVP에 오른 프리미어12 때와 같은 타격폼이지만 같은 스윙은 아니라는 얘기다. 선수 본인도 잘 알고 있는 부분이다. 그는 "누군가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마음이 크다. 이제 막 야구를 시작한 어린 아이와 같은 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느낀다"며 "한 두 경기 못하면서 위축되고 있다"고 했다. 또 "하체부터 나와서 쳐야 하는 데 그게 안 된다"며 "정확한 타이밍에서 정확한 스윙을 해야 한다. 지금은 스윙이 많이 처져 있다. 빨리 정상궤도에 올려놓고 싶다"고 덧붙였다.
운도 따르지 않았다. 잘 맞은 타구가 야수에게 잡히면서 모든 게 꼬이고 있다. 그는 전날 포트마이어스의 해몬드스타디움에서 열린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1회 잘 맞은 타구를 날렸다. 오른손 선발 어빈 산타나의 몸쪽 낮은 직구를 제대로 잡아당겼다. 하지만 2루수 정면으로 날아가며 첫 안타가 물거품이 됐다. 이 타구만 빠졌어도 부담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실패했다.
단 한 번 뿐인 라이브배팅(투수가 실전처럼 던지는 공을 타격하는 훈련)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았다. 두산 시절만 해도 김현수는 시범경기에 앞서 동료 투수가 마음 먹고 던진 공을 충분히 쳐본 뒤 실전에 임했다. 또 1차 캠프에서 청백전을 치렀고, 2차 일본 미야자키 캠프에서도 5경기 안팎의 연습 경기를 소화했다. 그러면서 시범경기 때는 '공이 어느 정도 보이는 상태'였다. 눈과 몸이 알아서 반응하는 수준이 됐을 때 정규시즌 리허설을 치렀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다르다. 첫 시범경기인 2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이 열리기 전까지 김현수는 단 한 차례의 라이브배팅만을 소화했을 뿐이다. 야구를 하면서 처음 겪는 경험. 그래서일까. 140㎞ 중반대의 직구에도 방망이가 밀리는 모습이 잦다. 직구에 타이밍이 맞지 않으니 변화구에는 타격 폼이 와르르 무너지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매타석 힘만 잔뜩 들어가는 요즘.
결국 안타 한 개가 간절하다. 야구는 멘탈 스포츠, 심리적인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안타다. 전문가들은 벅 쇼월터 감독이 "꾸준히 내보낼 것"이라고 공언한 만큼, 김현수가 여유를 갖고 긴 호흡으로 시범경기를 치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