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는 미국 애리조나와 일본 가고시마에서 진행된 50일간의 전지훈련서 고원준과 박세웅을 사실상 4,5선발로 결정했다.
조원우 감독은 "두 선수가 전지훈련 연습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시범경기를 통해 최종 결정을 하겠다"고 했지만, 지금까지는 두 선수에게 선발자리가 돌아갈 분위기다. 전훈 연습경기에서 고원준은 4차례 등판해 합계 10이닝 12안타 3실점, 박세웅은 2차례 등판해 6이닝 2안타 무실점을 각각 기록했다. 김원중 배장호 이성민 등도 선발 요원으로 테스트를 받았지만, 뚜렷한 인상을 심어주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롯데는 원투펀치 조쉬 린드블럼과 브룩스 레일리, 토종 에이스 송승준 등 3명의 선발을 확정한 상태다. 그러나 144경기 체제에서 4,5선발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될 수 밖에 없다. 롯데는 지난해 4,5선발이 마땅치 않아 페넌트레이스에서 선발진의 변동폭이 컸다. 린드블럼, 레일리, 송승준을 제외하고 9명의 투수가 선발등판을 경험했다. 불안한 선발진을 가지고 레이스에서 탄력을 받기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이번에는 확실한 믿음을 갖고 고원준과 박세웅을 밀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고원준은 전훈캠프에서 심신에 걸쳐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연습경기에서는 안정된 제구력과 구위를 선보였다. 구속이 140㎞대 초반까지 나왔다. 시범경기서 2~3㎞ 정도 더 붙는다고 보면 140㎞대 중반. 제구력과 완급조절능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구속이다. 또 롯데 관계자들은 고원준의 달라진 모습을 보고 이구동성으로 "철이 들었다"고 칭찬했다. '야구를 왜 해야하는지'에 대한 인식이 자리잡았다는 의미.
박세웅은 지난해 선발과 중간을 오가며 25경기에서 2승11패, 평균자책점 5.76을 기록했다. 140㎞대 후반의 빠른 공과 침착한 경기운영이 돋보였지만, 기복이 심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올해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실력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훈 연습경기에서 무실점을 피칭을 이어가는 동안 구속을 140㎞대 중반까지 끌어올려 시범경기서도 호투가 기대된다. 지난 겨울 체중을 6~7㎏ 정도 늘리면서 공에 힘이 붙었고 투구폼에서도 한층 안정감이 느껴진다.
조 감독은 시범경기서 두 선수를 4,5선발쪽에 무게를 두고 더욱 집중적으로 검증할 예정이다. 이 둘에게 기회를 주고자 하는데는 전훈 연습경기의 호투, 가능성, 훈련자세 등 모든 것이 고려됐다. 조 감독은 둘이 4,5선발을 맡아야 전체적인 투수 보직을 원활하게 결정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불펜의 핵심인 홍성민이 어깨 부상으로 5월 또는 6월 복귀할 수 있기 때문에 중간계투진에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한다. 선발 후보이기는 하지만 이성민은 지난해 kt 위즈에서 이적한 뒤 50경기에서 5승5패, 세이브, 7홀드를 기록하며 불펜에서 확실하게 존재감을 나타냈다.
선발 후보들은 시범경기에서 투구수와 이닝을 늘리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붙박이 선발로 활약하려면 6이닝 정도를 꾸준히 던질 수 있는 체력과 스태미너를 확보해야 하는데, 시범경기서 그 가능성을 타진받게 된다. 고원준과 박세웅 모두 시범경기에서 4~5번의 등판 기회를 갖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 전지훈련의 기세를 이어간다면 조 감독은 별다른 고민없이 4,5선발을 확정지을 수 있을 전망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