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전북 현대 출정식이 열린 전북도청 대공연장.
이날 따뜻했던 날씨가 급변했다. 기온은 영하로 뚝 떨어졌다. 밖은 눈이 날렸다. 구단 관계자는 걱정했다. "날씨가 갑작스럽게 추워져 출정식에 팬들이 오지 않으면 어쩌나."
기우였다. 행사 두 시간 전부터 팬들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소녀 팬부터 깁스를 하고 목발을 짚은 팬까지 행사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좋은 좌석을 먼저 차지하기 위해 일찌감치 온 팬들은 2000명이나 됐다. 1000석은 일찌감치 찼다. 앉지 못한 팬들은 행사장 주변을 꽉 메웠다. 입장하지 못하고 집으로 발길을 돌린 팬들도 500여명이나 됐다.
아직 시즌의 문은 열리지 않았다. 한 달여가 남았다. 그러나 전북 팬들은 뜨거운 열기를 뿜었다. 스타 선수들을 싹쓸이한 '레알 전북'에 대한 기대감이었다.
이날 팬들의 가장 큰 이목을 끈 순서는 새 얼굴 소개였다. 전북은 겨울 이적시장에서 주머니를 열어 국가대표급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다. 김보경 김창수 이종호 임종은 고무열 최재수 등 총 11명이 전북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마지막 퍼즐은 '진격의 거인' 김신욱이었다. 외국인 공격수들도 모두 채웠다. 기존 레오나르도, 루이스에다 제주에서 로페즈를 데려왔다. 여기에 아시아쿼터로 호주 출신 수비형 미드필더 파탈루를 택했다.
김보경은 '라이언 킹' 이동국의 도우미를 자청했다. 김보경은 "전북에서 호흡이 가장 잘 맞는 선수는 동국이 형이다. 동국이 형은 올 시즌 최소 20골을 넣을 것 같다"고 했다. 이동국은 "데얀은 올 시즌 전북에 골을 넣을 수 없을 것 같다"며 화끈한 선전포고로 전북 팬들의 자부심을 높였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매년 늘어가는 출정식 팬에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최 감독은 "진짜 많이 오셨다. 분위기가 너무 뜨거워서 올해 우승을 못하면 집에 가야할 것 같다"며 특유의 농으로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그러면서 "그걸 대비해 선수들을 정말 많이 영입했다. 이제 전북은 관심도 많아지고 기대치고 높아졌다. 매년 출정식을 하면서 '우리 팀이 많이 커졌다'라고 느낀다"고 말했다. 또 "정상 도전을 위해 준비를 잘 하고 있다. 지난 시즌 성적도 중요하지만 지방 팀의 한계를 딛고 최다 관중이란 목표를 달성했다. 올 시즌도 지난해 이상으로 경기장 많이 찾아주고 열정을 보여주면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겠다"고 전했다.
2010년부터 팬과 함께 한 전북의 출정식은 해를 거듭할수록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전북이 축구에 대한 관심이 폭발한 이유에는 성적이 한 몫을 한다. 2011년 K리그 우승과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이 기폭제가 됐다. 이어 2014년과 2015년 연속으로 K리그 우승컵에 입맞추면서 팬들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뜨거운 열기는 그라운드로 이어졌다. 인구 65만에 불과한 소도시인 전북은 지난해 K리그 최다관중을 기록했다. 홈 19경기에서 총 33만858명이 들어찼다. 전북이 시즌 최다 관중을 달성한 것은 처음이었다. 서울, 수원 등 수도권 연고 구단이 아닌 지역구단에서 관중 1위를 달성한 것은 2003년 대전 이후 12년 만이었다.
전주=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