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왜 금사월은 장보리가 될 수 없을까.
MBC 주말극 '내딸 금사월'이 막장 불패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내딸 금사월'은 지난해 9월 5일 14.7%(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로 첫 발을 뗀 뒤 꾸준히 시청률 상승 곡선을 그렸다. 최고 시청률은 1월 30일 방송된 42회가 기록한 34.9%. 그리고 45회 까지의 평균 시청률은 25.11%이다. 김순옥 작가의 전작 '왔다 장보리'의 45회까지 평균 시청률이 18.81%였다는 것을 생각해도 상당한 기록이다. 그러나 어쩐지 시청자 반응은 '왔다 장보리' 때와 다른 분위기다. 두 작품 모두 '희대의 막장' 혹은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라는 비난을 듣는다는 점은 같지만 '왔다 장보리' 때보다 더 심한 혹평을 받고 있다. 그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는 드라마의 주인공인 금사월(백진희)과 장보리(오연서)이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배우의 기본 연기력에도 차이가 있긴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캐릭터 설정이다. 기본적으로 금사월과 장보리 모두 악녀에 의해 신분이 바뀐채 살아가게 된 인물이다. 눈치밥을 먹고 살아서인지 답답한 성격도 똑같다. 그러나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금사월에겐 없는 줏대와 판단력이 장보리에게는 있다는 점이다.
장보리는 친엄마의 존재를 알게 되고도 그를 외면한다. 그 이유는 친엄마가 정의를 저버리고 자신의 악행을 숨기기 위해 거짓말과 음모를 꾸며왔던 악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음으로 옷을 짓는다'는 할머니와 큰어머니의 뜻을 이어받아 한복 짓기에 매진한다. 각고의 노력 끝에 그는 연민정(이유리)과의 경합에서 승리했고 친엄마도 개과천선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금사월은 이와 맥을 달리한다. 금사월은 말로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집을 짓는 건축사가 되는 게 꿈'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주오월(송하윤) 찾기에 열을 올렸고 강찬빈(윤현민)과의 연애에 혈안이 됐다. 오혜상(박세영)과 강만후(송창민) 연합 세력이 이리저리 치이기만 할 뿐 이렇다할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을 뿐더러 장보리처럼 전공 분야에 열중하는 모습도 단 한번도 보여주지 않았다. 줏대도 없다. 금빛 보육원 사고의 주범인 강만후 회장에게 복수하겠다며 이리저리 날뛰더니 강찬빈과 결혼을 허락해주겠다는 말 한마디에 바로 꼬리내렸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건 친엄마 신득예(전인화)를 외면하는 이유다. 강만후 일가가 자신의 집안에 무슨 짓을 했는지 듣고도 악인이 누구인지 가려내지 못하는 판단력은 무척 미덥지 못하다. 더욱이 자신의 아버지가 살인범에 사기꾼이라는 걸 알고도 핏줄에 끌리는 강찬빈을 보고도 그런 행동을 한다는 점이 더 아이러니 하다. 그뿐 아니다. 강만후 일가가 불쌍하다며 그들이 머물 곳을 마련해주고, 신득예의 복수를 막겠다며 발악하는 모습은 어이가 없다. 자신의 외조모부를 죽이고 친엄마의 인생마저 송두리째 짓밟은 것도 모자라 금빛보육원 붕괴사고로 자신과 친구들을 죽음에 내몰았던 강만후의 아들과 결혼을 그렇게도 원하는 모습은 상식 밖이다. 그저 엄마가 미워 떼쓰는 철없는 아이, 혹은 남자에 미친 얼빠진 여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같은 막장이라도 시청자들이 장보리를 그리워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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