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은 일본 고치에서 진행된 1차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수수께끼'같은 말을 남겼다. "고치 전지훈련 결과에 대해서는 50~60% 정도 만족한다."
50~60%의 만족도. 이건 과연 '만족스럽다'는 뜻일까,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뜻일까. 사실상 마음에 썩 들지 않았다는 걸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나 선수들의 훈련에 관해 양보와 타협이 없는 김 감독의 기준에서 보자면 상당한 아쉬움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신진급 선수들의 약진, 재활 투수들의 뚜렷한 회복 등 성과가 없던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김 감독의 기준치에는 턱없이 못미쳤다.
그래서 김 감독은 13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오키나와 2차 캠프의 비중을 매우 높게 잡고 있다. 고치에서 오키나와로 들어간 13일 첫 날부터 오후 훈련을 진두지휘한 대목에서 김 감독의 절실함을 엿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고치 캠프에서 미진했던 '훈련량' 자체를 오키나와에서 늘리고, 그를 통해 선수들의 기량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 뚜렷하다.
그런데 이와는 별도로 한화 이글스는 이번 오키나와 캠프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가 있다.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시급하고 중요한 두 가지. 바로 재활 투수들의 실전 역량확인과 내야 주전 확정이다.
오키나와 캠프의 주요 테마는 '실전 훈련'이다. 한화는 오키나와에서 3월3일 귀국 전까지 국내외 팀들과 총 10번의 연습경기를 치른다. 연습경기는 자체 훈련에서 확인하지 못한 점들을 확실하게 재점검할 수 있는 기회다. 특히 재활을 마무리한 투수들의 기량이 실질적으로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주전 경쟁을 펼치는 선수들이 상대와의 경기에서 어떤 활약을 보여주는 지를 체크할 수 있다.
이 두 가지는 한화가 올해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절대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배영수 이태양 윤규진은 수술 후 재활 중이고, 박정진은 누적된 피로와 통증을 서서히 풀어내고 있다. 송은범도 비슷하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쨌든 캠프 초반 이들은 '몸 만들기'에 절대적인 시간을 쏟아부었다.
그 성과를 점검할 수 있는 게 바로 실전이다. 불펜 투구나 라이브 피칭 정도로는 확인할 수 없는 구위 그리고 실전 적응여부가 경기를 통해 드러난다. 그리고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한화의 투수진 골격이 완성된다. 김 감독은 오키나와 실전 그리고 시범경기를 통해 '재활조 핵심투수'들의 현재 상태와 역량을 면밀히 파악할 계획이다. 시기적으로는 시범경기까지 여유가 있다. 그러나 오키나와 캠프에서부터 이 재활조 투수들이 실전에 등판할 수 있다면 그건 몸상태가 훨씬 좋다는 증거다. 그래서 이들의 오키나와 등판 여부가 관심사다.
두 번째로는 내야진의 주전 확정이다. 현재 한화 내야진은 무한 경쟁상태다. 주장인 정근우와 간판 김태균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오키나와에 초반 합류하지 못했다. 그래서 사실상 내야 전 포지션에 주인이 사라진 상태다. 김태균의 1루나 정근우의 2루를 확신할 수 없다. 물론 이 선수들은 심각한 부상을 입은 건 아니다. 고치에서 몸상태가 회복되면 곧바로 오키나와에 들어와 실전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일단 이 선수들이 오기 전까지는 내야에 다양한 얼굴이 등장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유격수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지닌 주전이 나타나는 게 바람직하다. 포수는 조인성, 3루수는 로사리오쪽으로 굳어지는 분위기지만 유격수는 아직 미정이다. 하주석의 몸상태가 좋지 않아 강경학이 독보적이지만, 팀내 환경에 의한 것일 뿐이다. 강경학은 아직도 다른 팀의 주전 유격수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 타격과 수비 범위, 포구 안정성, 송구 정확도 및 스피드에서 자신의 현재 위치를 냉정하게 반성할 필요가 있다. 적어도 한 단계 이상 업그레이드되지 못한다면 오히려 40대 권용관에게도 밀릴 수 있다. 그래서 오키나와 실전을 통해 자신의 기량을 한껏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