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선발 문제만큼 1-2번 타순도 중요하다."
미국 애리조나 1차 전지훈련을 마친 롯데 자이언츠. 이제는 2차 일본 가고시마 캠프 실전이다. 이어지는 연습경기를 통해 다가오는 정규시즌 선수단 운용법을 확정해야 한다.
특히 중요한 게 타순이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듯이, 아무리 좋은 타자들이 넘치는 롯데라지만 이 타자들을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공격의 효율성이 달라질 수 있다.
특히, 롯데는 조원우 신임감독이 부임한 터라 타순에 대한 더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일단, 조 감독은 애리조나 1차 캠프를 통해 선수들의 특성을 더욱 확실히 파악하는데 중점을 뒀다. 선수 개개인의 능력과 성향을 알고 어떤 타순이 가장 잘 어울릴지 고민하겠다는 뜻이다.
롯데는 지난 시즌에도 타순의 변화를 많이 겪었다. 상위 타순이 중요하다. 시작은 짐 아두치-황재균-손아섭의 1-2-3 트리오였다. 가공할 파괴력을 보였다. 하지만 선수들의 부상, 부진 속에 타순이 왔다갔다 했고, 결국 시즌 막판에는 황재균 3번-아두치 4번의 구도가 굳어졌다.
조 감독은 고민이 많다. 이렇게 하면 이쪽이 조금 아쉽고, 저렇게 하자니 한 자리가 불안하다. 예를 들면 이렇다. 조 감독은 손아섭이 어떤 타순에 배치돼야 롯데 타선이 최고의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생각하고 있다. 조 감독은 "나는 2번타자가 강한 타격을 해줘야 팀이 강해진다고 생각한다. 이 관점에서 보면 손아섭이 딱이다. 잘 치고, 병살 없고 잘 달린다. 문제는 아섭이가 2번에 투입되려면 출루율 3할8푼 이상을 기록하는 1번타자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일단 손아섭 2번 카드를 중심으로 여러 방안을 고민중이다. 3할을 칠 수 있는 2루수 정 훈이 니혼햄 파이터스와의 연습경기에서 2차례 모두 1번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하지만 조 감독은 "내야수들이 너무 상위 타순에 배치되면 부담이 될 수 있다"고 걱정한다. 아두치도 1번으로 복귀할 수 있다. 하지만 중심 타선의 힘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지난 시즌 최준석이 4번 아닌 5번 자리에서 펄펄 날았던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조 감독은 "아두치 1번은 최준석을 비롯해 강민호, 박종윤 등이 어떤 타격을 해주느냐에 따라 실현될 수 있는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최고의 시나리오는 김문호를 중심으로 하는 좌익수 요원들이 조 감독의 말처럼 3할 가까운 타율에 3할8푼 이상의 출루율을 기록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시나리오대로 야구가 된다면 누구나 우승 감독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손아섭 1번 카드도 버릴 수 없다. 조 감독은 "이렇게 생각하면 손아섭 1번-김문호 2번 카드가 최적일 수도 있다. 단, 김문호가 2번 자리에서 어떤 역할을 해주느냐가 관건인 싸움"이라고 밝혔다.
프로야구 감독들은 스프링캠프 기간 수백가지의 시나리오를 머릿속에 그리며 시즌 준비를 한다. 특히, 초보 조 감독 입장에서는 머리가 더 아프다. 일단 애리조나에서 많은 공부를 했으니, 2차 가고시마 캠프 실전에서의 선수들 모습을 보고 시즌 최종 타순을 정할 것이라고 했다. 조 감독은 "우리팀 4-5 선발에 대한 걱정이 많은데, 감독 입장에서는 4-5 선발 문제만큼이나 1-2번 타순 문제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과연, 조 감독이 어떤 묘책을 들고 시즌 개막을 맞이할 수 있을까.
피오리아(미국 애리조나주)=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