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항마가 없을 것 같다."
한 프로야구 해설가의 말이다. 2016시즌 프로야구 개인 타이틀 부문 향방에 대한 전망이다. 한 마디로 투타에서 외국인 선수들이 타이틀을 대부분 싹쓸이 할 것 같다는 것. 이제 막 스프링캠프가 치러지는 시점이라 다소 성급하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수 년간 진행되어 온 리그 전체의 판도, 그리고 선수 개별 기량 등을 감안했을 때 이런 반응은 이해가 된다.
냉정히 말해 현재 KBO리그에는 투타를 막론하고 외국인 선수를 견제할 만한 기량을 지닌 선수가 상당히 줄어들었다. 겨우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다. 우선 투수 쪽을 보자. 올해 KBO리그에 들어온 외국인 투수들은 전부 선발 요원이다. 그래서 불펜 및 마무리 파트는 제외하고 토종 선발 중에 '대항마'를 꼽아보자.
거의 없다. 외국인 선수와 1~2선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는 에이스급 투수들. 기껏해야 지난해 평균자책점 1위인 KIA 타이거즈 양현종, 다승 전체 2위(국내 1위)에 오른 두산 베어스 유희관, 탈삼진 1위 삼성 차우찬, 정도다. '가능성'의 범주를 조금 더 확대해서 보면 SK 와이번스 김광현이나 두산 장원준 정도가 외국인 선발투수들과 경쟁을 펼칠 만한 기량을 갖춘 선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건 아주 긍정적으로 생각했을 때의 이야기다. 사실 올해는 어떤 면에서 국내 에이스들이 외국인 투수들과의 경쟁에서 이겨내기가 더 힘들어졌다. 각 팀에서 팀 전력 보강을 위해 아낌없이 거액을 투자해 메이저리거급 기량의 투수들을 데려왔기 때문. 한화는 지난해 막판에 합류해 괴력을 보인 에스밀 로저스를 190만달러에 재계약했다. KIA 역시 헥터 노에시를 170만달러에 영입했다. 또 지난해 말 프리미어12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인 지크 스프루일도 70만달러에 잡았다.
이밖에 이미 실력이 검증된 더스틴 니퍼트(두산)나 롯데의 원투펀치 조쉬 린드블럼-브룩스 레일리, NC의 재크 스튜어트-에릭 해커 등도 선발 부분 타이틀의 강력한 도전자들이다. 물론 국내 선수들을 압도하는 무기들이 적어도 한 두개씩 있는 인물들이다.
기본적으로 외국인 투수들은 팀의 원투펀치로 고정된다. 이는 그만큼 많은 등판 기회를 얻는다는 뜻. 3~5선발로 밀려난 국내 투수들이 이들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결국 적은 기회에서 더욱 압도적인 실력을 보여줘야 하는 부담이 있다. 그래서 선발 부문의 타이틀은 외국인 선수들의 경쟁판이 될 공산이 크다.
그래도 투수 파트는 어느 정도 기준선을 낮추면 대항마라도 있다. 타격 부문은 절망적이다. 도루 정도를 빼고는 홈런 타율 타점 안타 장타율 출루율 등 KBO 시상 부문을 외국인 타자들이 전부 싹쓸이 할 듯 하다. 무엇보다 홈런에서 토종 타자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주던 박병호가 메이저리그로 떠나며 생긴 공백은 누구도 메울 수 없다. 그렇게 형성된 '무주공산'의 주인은 일단 NC 테임즈가 될 듯 하다.
테임즈와 다른 국내타자들의 기량은 압도적인 차이가 난다. 테임즈는 지난해 타격과 득점 장타율 출루율을 독식했다. 홈런은 박병호, 나바로에 이어 3위였다. 그런데 홈런 1, 2위가 모두 리그를 떠났다. 이제 사실상 '테임즈 세상'인 셈.
게다가 메이저리그 경력에서 테임즈보다 훨씬 뛰어났던 윌린 로사리오도 한화 소속으로 리그에 들어왔다. 리그 환경 적응 여부가 변수이긴 하지만 로사리오가 2012~2013년의 기량을 보여준다면 테임즈와 무서운 홈런 경쟁을 벌일 수 있다. 이 두 명의 톱클래스 타자를 뛰어넘을 만한 국내 타자가 있을까. 타율이나 안타에서 유한준(kt) 나성범(NC) 정도가 경쟁자다. 그러나 홈런 파트는 경쟁 불가다. 2016 KBO리그의 개인타이틀은 '외인 독주'가 대세일 듯 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