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30년간 아시아에서 올림픽축구 본선에 진출하는 고정 팀이 있다. '숙명의 라이벌' 한국과 일본이다. 아시아축구를 양분하는 한국과 일본이 27일(이하 한국시각) 같은 문을 열었다. 한국은 8회 연속, 일본은 6회 연속 올림픽 본선행에 성공했다. 30일 오후 11시45분 카타르 도하의 압둘라 빈 나세르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펼쳐질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겸 리우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결승에서의 충돌은 이번 대회 '화룡점정'이다.
한국과 일본은 리우행을 결정지었기 때문에 심적 부담이 덜하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은 한 가지를 위해 싸운다. 자존심이다.
일본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3전 전승으로 8강에 올랐다. 8강은 힘겨웠다. 이란과 연장전을 치렀다. 그러나 강한 집중력을 발휘해 3골을 몰아넣으며 3대0으로 승리했다. 이라크와의 4강에선 강한 뒷심이 돋보였다. 경기 내용에선 밀렸지만 집중력을 발휘해 결승행 티켓을 확보했다. 일본은 공수밸런스가 좋은 팀이다. 조별리그부터 4강까지 5경기에서 총 12골을 넣었고, 실점은 2점에 그쳤다.
역대 올림픽대표팀간 전적에선 한국이 6승4무4패로 앞선다. 최근 2연승 중이다. 한국은 2012년 8월 10일 런던올림픽 3~4위전에서 일본을 꺾고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 신화를 달성했다. 이어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8강전에서 1대0 신승을 거뒀다. 그러나 진검승부가 아니었다. 당시 일본은 아시안게임보다 이번 대회에 초점을 맞춰 23세 이하 선수가 아닌 21세 이하 대표팀으로 나섰다. 하지만 이젠 같은 연령대 선수들이 외나무다리에서 만나게 됐다.
한국은 일본 격파 해법을 갖추고 있다. 한국 선수들에 비해 피지컬이 약한 일본 선수들의 약점을 노리는 것이 전략이다. 공중볼 장악에 약한 일본을 상대로 롱볼 전술을 활용하는 것도 승리의 요인이 될 수 있다. 일본의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패스 플레이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선 역시 강한 압박이 답이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동료인 황희찬(20)과 미나미노 타쿠미(21)의 충돌도 한-일전 속 또 다른 자존심 대결이다. 둘은 대회 전 "결승에서 만나자"라는 약속을 지켰다. 한국과 일본의 유럽파는 어디가 셀 지 관심이 모아진다.
신태용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양국 팬들이 한-일전을 기대하고 있으니 멋진 축구를 해서 동아시아축구가 위대하다는걸 보여주고 싶다. 또 한 번 진짜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고 다짐했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