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약체. 신태용호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A대표급 선수들이 즐비했던 4년 전에 비해 눈에 띄는 스타가 없었다. A대표팀을 오가는 권창훈(수원)만이 전국구 스타였다. 하지만 '이미 뜬' 스타가 없다는 것은 '뜰' 스타가 많다는 뜻이기도 했다. 신태용호의 8회 연속 올림픽 본선행의 중심에는 새로운 보석들의 활약이 있었다.
첫 손에 꼽을 수 있는 뉴스타는 김동준(성남)이다. 김동준은 카타르와의 4강전에서 여러차례 환상적인 선방을 보이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후반 18분 아사드의 헤딩슈팅을 막아낸 것은 백미였다. 사실 한국이 요르단과의 8강전에서 고전한 것은 김동준의 부재가 결정적이었다. 김동준은 감기몸살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대신 투입된 구성윤(곤사도레 삿포로)은 실수를 연발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김동준이 복귀한 4강전에서 한국 수비는 한층 안정감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김동준은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대학 최고의 골키퍼로 평가받았다. 연세대 재학 중이던 지난해 8월에는 슈틸리케호에도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번 대회 골키퍼는 주전경쟁의 최대격전지였다. 김동준 구성윤 이창근(부산)의 실력이 고만고만했기 때문이다. 신 감독의 선택은 순발력과 발기술이 좋은 김동준이었다. 그리고 김동준은 딱부러지는 활약으로 한국축구 골키퍼 계보에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카타르전의 언성히어로(Unsung hero·소리없는 영웅)는 단연 박용우(서울)였다. 신 감독은 '깜짝 카드'로 스리백을 꺼냈다. 수비 안정을 위해서였다. 신 감독은 박용우를 활용해 상대에 혼란을 주는 변형 스리백을 가동했다. 박용우는 수세시에는 스리백의 중앙, 공격으로 전환한 후에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전진했다. 박용우가 전진하면 4-2-3-1 형태였다. 박용우는 좌우로 공을 뿌리며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했고, 상대의 공세가 거세질때는 안정된 커버플레이로 수비를 이끌었다.
지난 시즌 데뷔한 박용우는 서울이 발견한 보물이다. 수비형 미드필더와 센터백을 오가며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그는 이찬동(광주)과 김민태(센다이 베갈타)가 부상으로 낙마하며 기회를 얻었다. 중국 4개국 대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며 다이아몬드형 4-4-2의 원볼란치(한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낙점받았다. 대회 내내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이며 '대안'에서 '주연'으로 자리잡았다.
'유일한 대학생' 황기욱(연세대)은 카타르전이 낳은 '깜짝 스타'였다. 신 감독은 가장 중요한 카타르전에서 황기욱을 선발 출전시켰다. 모험이었다. 황기욱은 그 기대에 완벽히 부응했다. 3-4-3의 중앙 미드필더로 나선 황기욱은 탁월한 축구감각과 투지로 중원을 이끌었다. 카타르의 공세에 고전하던 전반 25분 멋진 슈팅으로 분위기를 바꾸더니 후반 3분 천금같은 선제골을 만들어냈다. 류승우(레버쿠젠)에게 기가 막힌 로빙패스를 연결했다. 후반 14분 교체아웃될때까지 만점활약을 펼쳤다.
신 감독은 황기욱을 선발하며 "가진 것이 많은 선수"라며 기대감을 보였다. 하지만 박용우를 제외하면 이렇다할 수비형 미드필더가 없는 엔트리, 파격이라는 평이 많았다. 황기욱은 자신을 향한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며 신태용호의 새로운 스타로 떠올랐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