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장의 와일드카드(23세 초과 선수)는 23세 이하로 제한된 올림픽과 아시아게임에서만 볼 수 있는 매력적인 카드다. 대부분 연령대 대표보다 경험이 많은 A대표를 주로 발탁한다. 2012년 런던올림픽 당시에는 박주영(서울) 김창수(전북) 정성룡(가와사키)이 와일드카드 멤버로 뽑혀 올림픽 사상 첫 동메달 신화 달성에 견인했다.
신태용호가 우여곡절 끝에 리우올림픽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한국은 27일(한국시각) 카타르 도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겸 2016년 리우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4강에서 개최국 카타르를 3대1로 꺾었다.
한국은 이번 대회 최소 2위를 확보, 올림픽 본선 진출의 마지노선인 3위 안에 들면서 8회 연속 올림픽 본선행을 이룬 세계 최초의 국가가 됐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결승이 남았다. 그러나 신태용 올림픽대표팀 감독의 눈은 벌써 리우로 향해 있다. 이번 대회에서 드러난 많은 문제점을 와일드카드로 보완하고 싶은 심정이다.
우선 보완이 가장 시급한 포지션은 중앙 수비다. 이번 대회 연제민(수원)-송주훈(미토 홀리호크) 라인은 조별리그부터 8강까지 불안함을 노출했다. 토너먼트 대회에선 수비가 안정된 팀이 좋은 성적을 내기 마련이다. 신태용호가 4년 전 동메달을 넘어 더 나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선 수비진에 안정감을 되찾아줄 와일드카드가 절실하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는 성남FC의 센터백 윤영선(28)이 꼽힌다. 2010년 성남 유니폼고 프로에 데뷔한 윤영선은 지난 6년간 성남의 주전 중앙 수비수로 활약했다. 신 감독이 잘 아는 선수다. 2008~2012년 성남 지휘봉을 잡고 있을 때 윤영선을 드래프트로 선발했다. 윤영선은 지난 시즌 두각을 나타냈다. 35경기에 출전, 물샐 틈 없는 수비력으로 33실점밖에 하지 않은 성남 수비의 핵이었다. 특히 임채민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후에도 성남 수비가 크게 흔들리지 않은 건 윤영선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소리없이 강한 실력자로 꼽힌다.
윤영선은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의 마음도 사로잡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당시 윤영선을 발탁, 중요하기도 했다.
윤영선의 경쟁자는 임종은(26·전북)이다. 임종은도 신 감독이 예의주시하고 있는 자원이다. 2012년 자신의 러브콜로 성남으로 데려와 K리그 수준급의 수비수로 성장시켰다. 2013년 전남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임종은은 지난 3년간 전남의 주전 센터백으로 활약했다. 1m92의 큰 키로 공중볼 장악 능력과 빌드업이 강점이다.
신태용호에 또 다른 문제점은 원톱 자원이었다. 김 현(제주)과 진성욱(인천)이라는 두 명의 원톱 자원이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주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최전방 스트라이커가 있어야 다양한 공격 루트가 마련된다. 때문에 신 감독은 최전방 공격수에 두 명을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하다. 석현준(FC포르투)과 황의조(성남)다. 석현준은 홀로 유럽으로 건너가 자수성가한 스타일이다. 네덜란드 아약스, 흐로닝언에 이어 포르투갈 마리티무와 사우디 알 아흘리를 거쳐 다시 포르투갈 나시오날로 돌아왔다. 부활은 비토리아에서 했다. 최근에는 비토리아에서의 맹활약을 발판삼아 포르투갈 최고 명문 포르투로 둥지를 옮기기도 했다. 석현준은 A대표팀에서도 주전 원톱으로 한국의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을 무패로 통과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꼽히고 있다.
'공격축구'를 지향하는 신 감독이 공격에 파괴력을 높이기 위해선 손흥민(24·토트넘)도 유력한 와일드카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손흥민은 설명이 필요없는 공격수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을 기점으로 한국에는 없어서는 안될 공격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독일 바이엘 레버쿠젠에서 잉글랜드 토트넘으로 이적한 뒤 빅리거로 자신의 입지를 충분히 구축해나가고 있다. 2년 전 리우에서 흘렸던 눈물을 신태용호에서 다시 환희로 맞바꿀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
미드필드 자원 중에서도 신 감독의 레이더망에 잡힌 선수들이 있다. 이명주(알 아인)와 한국영(카타르SC)이다. 이 중에서도 수비형 미드필더인 한국영이 유력 후보다. 한국영은 4년 전 런던올림픽 당시 부상으로 본선 무대를 밟지 못한 불운을 겪었다. A대표인 한국영은 국제대회 경험도 풍부하고 빌드업이 강점이다. 진공청소기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강력한 수비력도 가지고 있다.
'여우' 신 감독의 와일드카드 선발 작업은 2월부터 본격적으로 막을 올린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