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밀고 나와서 던져야지!"
배트를 직접 잡은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이 3루 코너에 서 있는 두 명의 선수들을 향해 연신 강한 타구를 날렸다. 공을 잡은 선수들은 몇 차례 스텝을 밟은 후 1루에 있는 훈련 보조요원을 향해 길게 송구를 했다. 한화의 고치 스프링캠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 김 감독이 손수 배트를 휘두르며 진행하는 '지옥 펑고'다.
그런데 잠시 훈련을 지켜보니 보통의 '지옥 펑고'와는 다른 점이 많다. 일단 김 감독이 날리는 타구의 스피드가 평소보다 눈에 띄게 느렸다. 또 선수의 좌우쪽으로 타구를 분산시키지도 않았다. 오로지 정면으로만 보냈다. 무엇보다 가장 이상한 점은 타구를 받는 두 명의 선수들. 이들은 내야수가 아니라 투수, 그것도 올해 신인으로 입단한 김재영(2차 1번)과 권용우(2차 3번)였다. 왜 김 감독은 신인 투수들을 불펜에서 끌어내 3루에 서서 펑고를 받게 했을까.
이처럼 희한한 풍경은 27일 오전 고치 동부구장 메인 그라운드에서 펼쳐졌다. 불펜에서 투수들의 모습을 관찰하던 김 감독은 신인 투수 2명을 지목해 메인 그라운드로 이동할 것을 지시했다. 두 신인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메인 그라운드에서 가볍게 캐치볼을 하며 김 감독을 기다렸다.
이윽고 김 감독이 펑고 배트를 손에 쥔 채 그라운드로 나왔다. 그리고는 이들에게 3루쪽으로 가서 타구를 받은 뒤 1루까지 길게 송구할 것을 지시했다. 단 공을 던질 때는 스텝을 밟은 뒤 제대로 투구폼을 유지하면서 던지도록 했다.
오른손 사이드암스로 김재영과 정통파 권용우는 번갈아가며 공을 받아 던졌다. 그러면서 수시로 김 감독의 레슨이 이어졌다. "다리부터 길게 끌고 나와야 골반이 돌아가지. 그래야 상체까지 힘이 전달되고 볼스피드가 살아나는 거야." "(하체를) 끝까지 밀고 나와 던지라니까". 김 감독은 약 80개의 타구를 날리며 신인 투수들을 가르쳤다.
그러나 이걸로는 부족했다. 결국 김 감독은 배트를 일본인 훈련 보조요원에게 맡기고 선수들 옆으로 다가가 투구 동작 하나하나를 세심히 교정했다. 펑고 타구를 받은 뒤 던지는 연습을 하고나자 이번에는 위로 펄쩍 뛰어올랐다가 양쪽 발을 차례로 짚은 뒤 투구동작으로 이어지는 '점프-스텝 피칭' 연습이 계속됐다. 이 때 역시 김 감독은 동작 하나하나의 의미를 설명하며 잘못된 점을 지적했다. 신인들은 금세 녹초가 됐다.
김 감독이 이처럼 투수들에게 펑고 타구를 받아서 멀리 던지도록 한 이유는 하체 밸런스를 유지하면서 볼 스피드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공을 받는 것 자체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대신 받고 난 이후 사이드스텝을 밟으면서 자연스럽게 하체 중심이동법을 몸으로 익히도록 하는 게 목적이었다. 게다가 3루에서 1루까지는 약 38m로 일반적인 투구 거리(18.44m)의 거의 2배에 가깝다. 장거리 투구 연습은 볼끝과 볼스피드를 키워줄 수 있다. 결국 김 감독은 두 신인 투수들의 가능성에 기대를 건 셈이다. 이런 독특한 훈련 방법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고치(일본 고치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