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응답하라 1988' 속 선우 엄마 김선영은 내내 따뜻하게 빛났다.
tvN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은 평균 19.6%, 최고 21.6%라는 케이블 역사상 기록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며 지난 16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응팔'이 이렇게 놀라운 성과를 이룰 수 있었던 이유는 주요 배역들의 로맨스 뿐 아니라 가족과 이웃에 대한 이야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냈기 때문이다.
수많은 시청자를 공감을 자아냈던 가족 이야기에 중심에는 '선우 엄마' 김선영이 있다. 극중 김선영은 일찍 남편을 보내고 홀로 두 아이를 강직하게 키워냈다. 여리게만 보이지만 시어머니로부터 '내 아들 잡아먹은 여자'라는 모진 소리를 들어가며 아비가 없어 수염을 제대로 깎을 줄 모르는 아들을 명문대 의대로 진학 시킨 강한 엄마다. 매번 고단한 삶의 무게에 짓눌리면서도 항상 미소를 잃지 않으며 살아가는 김선영의 모습은 시청자의 가슴을 울렸다.
뿐만 아니었다. '택이 아빠' 최무성과의 로맨스는 젊은 커플 못지않게 설렜다. 10대 소녀, 소년들 마냥 서툰 이들의 로맨스는 풋풋하기까지 했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김선영은 '응팔' 속 선우 엄마처럼 따뜻했다. 쌍문동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젊은 배우들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웃음을 감추지 못하다가도 골목 정자자리를 함께 지키던 '정환 엄마' 라미란과 '덕선 엄마' 이일화에 대한 고마움을 전할 때는 기어이 눈물까지 쏟았다. 오래토록 쌍문동에서 살아온 사람처럼 김선영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쌍문동과 '응팔'에 대한 애정이 뚝뚝 묻어났다.
▶▶[김선영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배우가 된 계기가 궁금하다.
▶중학교 때 국어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연극을 하나씩 올려라. 그래야 졸업시켜 준다'고 했다. 당황스럽다. 경북 영덕군 강구면, 그 완전 촌 동네에 살면서 연극이라는 걸 단 한번도 본 적도 없었다. 우리 동네에는 극장도 없었다. 그런 우리에게 연극이라니. 그런데 그냥 하라고 해서 했다. 당시 반장이었는데, 연출을 하겠다고 나섰다. 어린 마음에 연기하는 것은 유치해보였다.(웃음) 그렇게 한 달동안 준비해서 '맹진사댁 경사' 연극을 했는데, 그 이후로 연극 연출을 하는 게 꿈이 됐다.
대학(한림대학교)에 와서도 계속 극회 활동을 했다. 그런데 하면 할 수록 연출은 쉬운 게 아니더라. 특별한 재능이 필요한 거더라. 그래서 자연스럽게 연출이 아니라 연기로 전향했는데, 지금껏 하게 됐다. 연극을 열심히 하다보니 우리 연극을 봤던 영화 감독님이 저를 자신의 영화에 써주시고, 또 그 영화를 본 우리 매니지먼트사(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 대표님이 저를 불러주시고, 그러다 보니 '응팔'까지 만나게 됐다.
-배우로 이름을 알리기 까지 짧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연기를 포기하려고 해본 적은 없나.
▶두 세번 정도 다른 일을 하려고 마음 먹었던 적이 있다. 한 번은 대학교 때 극회 활동 때문에 다른 친구들 처럼 잘 놀지도 못하는 게 억울해서 그냥 그만 두고 놀려고 했다.(웃음) 그때 선배가 한 한기만 쉬었다가 다시 와서 함께 하자고 잘 다독여 줘서 다시 잘 하게 됐다.
졸업 하고 나서도 '내가 왜 이 고생을 하면서 연기를 하고 있나'며 갈등했던 적이 있다. 그 때 연극을 하고 있는 친한 언니 오빠들에게 왜 연극을 하냐며 전화를 돌렸는데, 그때 좋은 말을 정말 많이 해주셔서 마음을 다 잡게 됐다. 그리고 힘들 때마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의 인터뷰 기사를 찾아보고 읽으면서 힘을 얻는다. 무엇보다 내가 존경하는 배우들의 하는 이야기를 보면 자연스럽게 힘이 나더라.
-존경하는 배우가 궁금하다.
▶가장 존경하는 배우는 필립 세이모어 호프먼이다. 남편과 좋아하는 배우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인데, 그 분이 돌아가고 나서는 남편과 한 달 동안 그분에 대한 말도 안했다. 말을 하면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아서. 최근에 우연히 남편이랑 필립 세이모어 호프먼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많이 울었다. 메릴 스트립도 정말 좋아한다. 그래서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다우트'다. 필립 세이모어 호프먼과 메릴 스트립이 함께 나온 그 영화! 내겐 정말 최고였다.
-'응팔'의 결말과 전개에 대해 아쉬워 하는 시청자도 많았다.
▶사실 촬영하면서 다른 말들을 신경 쓸 틈이 없었는데, 덕선·택·정환 분량이 많아야하는 데 무성 오빠와 내 분량이 커지는 것에 대해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댓글들은 많이 봤다. 그런 댓글을 볼 때마다 죄송하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했다. 그런데 한번 찾아보고 그 다음부터는 안보려고 했다. 보고나니까 연기에 지장이 생기더라.
결말에 대해 시청자분들이 아쉬워하는 부분은 이해한다. 그런데 전체적인 대본은 정말 좋았다. 남편찾기 하나에 포인트를 맞춘 대본이 아니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이 '덕선이 남편이 누구냐'고 많이 물어보셨는데, 배우들의 관심은 그 포인트 하나가 아니라 작품의 전체적인 느낌과 전개였다.
-배우 김선영에게 '응답하라 1988'은 어떤 작품인가.
▶그저 감사한 작품이다. 감사하다는 말 밖에 할 게 없다.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았고, 무명 배우인 날 알리게 해준 감사한 작품. 한편으로는 정말 슬프다. 아직도 '응팔'이 끝났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마치 헤어진 연인같이 떠나가는 게 슬프다. 아직 이 작품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벌써부터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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