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 투수는 직접 해보지 않으면 잘 할 수 있는지 알 수 없다. 엄청난 강심장을 가진 투수라고 해도 마무리에 대한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의외로 위기의 순간에 침착하게 경기를 잡아내는 투수가 나오기도 한다.
올시즌 프로야구는 새로운 마무리 투수가 대거 시험대에 오른다. 마무리가 확정된 팀이 두산, NC, 한화, 롯데 정도 뿐. 나머지 팀은 아직 확실한 카드라고 내놓는 투수가 없다.
두산은 포스트시즌에서 '일을 낸' 이현승이 있고, 롯데는 넥센에서 영입한 손승락, 한화도 SK에서 모셔온 정우람, NC는 지난해 세이브 2위였던 임창민이 건재하다. 마무리 투수를 뺏겼거나 빠진 팀들은 전지훈련을 통해 마무리를 만들어야 한다.
임창용이 해외 원정 도박으로 방출되면서 마무리가 빠진 삼성은 안지만과 차우찬을 마무리 후보로 놓고 있다. 안지만도 해외 원정 도박 혐의를 받고 있어 수사 결과에 따라 마무리가 달라진다. 안지만과 차우찬 중 누가 마무리로 나가더라도 실질적으로 마무리를 맡는 것은 처음이다. 안지만은 통산 172홀드로 통산 최다 홀드 기록을 가진 최고의 셋업맨이지만 마무리로는 2010년 오승환의 부상으로 임시 마무리로 나서 9세이브를 한 것이 전부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공을 뿌릴 수 있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지만 마무리로는 어떨지 모른다. 차우찬은 지난해 선발로 나와 13승을 거두고 탈삼진왕에 오르면서 확실한 선발투수로 자리매김했지만 뜻하지 않은 상황으로 마무리를 맡아야할지 모른다. 선발은 물론 불펜 경험도 풍부하고 삼진 능력이 뛰어나 마무리로서도 좋은 활약이 기대된다.
손승락을 떠나보낸 넥센은 한현희가 팔꿈치 수술을 받았고, 셋업맨이던 조상우가 선발로 전환하면서 김세현(김영민)이 새롭게 마무리 카드로 떠올랐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김세현을 일찌감치 마무리로 낙점했다. 150㎞대를 던지는 빠른 공이 장점이다. 비록 만성 백혈병으로 시즌을 접은 지난해 후반기 12경기서 2승1패, 평균자책점 2.70으로 뛰어난 피칭을 보인바 있다.
SK는 정우람이 떠난 자리에 박희수를 염두에 두고 있다. 박희수는 정우람이 빠졌던 지난 2013년 마무리 투수로 나서 24세이브를 한 적이 있다. 박희수가 부상없이 예전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큰 걱정은 없을 듯.
LG와 KIA는 마무리가 선발로 돌아가면서 마무리에 구멍을 메워야 한다. 봉중근이 선발로 이동하면서 비게 된 LG의 마무리는 일단 정찬헌에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50㎞의 빠른 공과 낙차 큰 커브, 위기에서도 긴장하지 않는 담대함이 마무리 후보로는 적격이다. KIA도 윤석민이 원래 자리인 선발로 돌아가면서 다시 마무리 고민을 하게 됐다. 지난해 마무리 후보였던 심동섭이 다시한번 마무리 후보로 입후보했고, 경험이 많은 김광수도 후보로 꼽힌다.
kt는 장시환을 대신한 마무리로 김재윤이 일단 1번 후보로 나선다. 김재윤은 묵직한 직구와 함께 탈삼진 능력도 뛰어나다. 만약 아직 경험이 부족한 김재윤이 안착하지 못한다면 롯데의 마무리로 활약했던 김사율이 대안이 될 수도 있다. 지난해 장시환이 부상으로 빠졌을 때 임시 마무리로 나섰던 조무근은 올해 다시 예전의 중간계투로 돌아간다. 1이닝 이상을 던질 수 있는 이닝 소화 능력을 살리는 것이 조무근과 팀에 도움이 된다는 조범현 감독의 판단이다.
마무리가 약한 팀이 포스트시즌에 올라가는 경우도 드물고 포스트시즌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도 힘들다. 그만큼 마무리가 중요하다. 난세에 영웅이 탄생한다고 한다. NC 임창민은 지난해 김진성의 부상으로 임시 마무리로 투입됐다가 좋은 활약으로 김진성이 돌아온 뒤에도 뒷문을 책임졌다. 이런 신데렐라 스토리가 올핸 어느팀에서 나올까.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