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스타일이 다르다.
KBS2 '해피선데이-1박2일 시즌3(이하 1박2일3)'가 인기다. 최근 '1박2일3'는 일요 예능 전쟁 속에서도 꾸준한 인기를 과시하며 시청률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는 강호동을 주축으로 김종민 은지원 이수근 등이 뭉쳤던 시즌1 때와 비교해도 못지 않은 인기다. 재밌는 사실은 시즌1을 이끌었던 나영석PD와 현재 '1박2일3'를 이끌고 있는 유호진PD의 스타일에 분명한 차이가 있고 이에 따라 프로그램 성격에도 변화가 생겼다는 것이다.
일단 나영석PD는 '악마' 캐릭터에 가깝다. 그는 극한 상황까지 출연진을 몰아넣고 그 안에서 어떻게든 생존하고자 몸부림치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웃음을 선사한다. 시즌1 당시 은지원의 막무가내 우기기에서 비롯된 '은초딩' 캐릭터 등은 나영석PD의 악랄한 협상이 없었다면 탄생하지 못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런 성격은 '1박2일' 뿐 아니라 그가 tvN 이적 후 선보인 프로그램에서도 잘 드러난다. '꽃보다 할배' 시리즈에서는 이서진이 희생양이 됐다. 최저 경비 속에서 어떻게든 할배들을 편안히 모셔야 하는 '짐꾼'의 비애는 큰 웃음을 선사했다. '삼시세끼' 시리즈에서는 대놓고 '노예'를 만들어냈다. 이서진도 모자라 2PM 옥택연까지 벗어날 수 없는 노동의 굴레에 합류시키며 '형제 노예'를 탄생시켰다. '꽃보다 청춘' 역시 비행기 탑승 당일 출연진을 강제 출국 시키며 무방비 상태에서 배낭 여행을 시작하도록 했다. 제한된 경비만 받은채 멘붕 상태에서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스토리는 또다른 웃음 포인트가 됐다.
반면 유호진PD는 '허당'에 가깝다. 이제는 꼬리 999개 달린 구미호가 된 멤버들에게 매번 당한다. 지난 24일 방송에서도 이런 모습이 잘 나타났다. 제작진은 겨울 감성 캠프를 떠난 멤버들에게 수채화 미션, 저녁 복부복, 잠자리 복불복, 퇴근 복불복 게임을 제안했다. 그러나 예상 외로 멤버들은 너무나 쉽게 미션을 클리어했다. 저녁 복불복에서는 꼬치구이를 순서대로 만드는 기억력 게임을 했는데 난이도가 너무 낮았던지 꼬치구이 3개를 고스란히 헌납, "제작진이 지나치게 멤버들을 무시한 나머지 정말 말도 안되게 쉽게 상공하여 코너의 재미를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추후 더욱 까다로운 기준으로 시청자 여러분께 다시 찾아가겠습니다"라는 사과문까지 게재했다. 시민들과 함께한 퀴즈에서는 보온병 문제를 냈다가 "옛날 사람이다", "캠핑트렌드를 모른다"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라면을 건 촛불 레이스에서는 멤버들에게 넘어가 30초에서 35초로 제한 시간을 늘렸다 낭패를 봤다. 이는 나영석PD 체제에서는 볼 수 없었던 그림이다. 제작진에게 매번 당하기만 했던 멤버들이 역공을 펼치는, 묘한 하극상(?)은 예상 밖의 재미를 선사하게 됐다. 복불복 자체는 새로운 그림이 아니지만 멤버들이 당할지, 아니면 또다시 유호진PD가 당할지 예측할 수 없게 되면서 승부욕과 긴장감을 높이는데 성공한 것. 이는 '1박2일3'만의 독자적인 재미로 자리잡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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