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한 인터넷 매체가 21일(이하 한국시각) 공개한 문서 한장에 레알 마드리드가 발칵 뒤집혔다.
축구계 비밀 문서를 공개하는 매체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풋볼릭스는 2009년 레알 마드리드가 토트넘에서 가레스 베일을 데려오며 지불한 정확한 이적료를 공개했다. 그 금액은 무려 1억75만9417유로에 달했다. 우리 돈으로 약 1309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이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갖고 있는 세계 최고 이적료(9600만유로·약 1247억원)를 넘는 기록이었다.
레알 마드리드가 이번 이적료 공개로 괴로운 이유는 영입 당시 발표했던 이적료와 달랐기 때문이다. 레알 마드리드는 9100만유로(약 1182억원)에 베일을 영입했다고 밝혔다. 당시 영국 언론은 베일의 이적료가 세계 최고액인 1억유로(약 1299억원)라고 주장했지만 레알 마드리드는 베일의 이적료가 호날두보다 적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문서 공개로 레알 마드리드의 주장이 거짓이라는게 확인됐다. 문서가 공개된 후 베일의 에이전트 조나단 바넷은 "수치스럽다"라는 말로 괴로운 심경을 표현했다.
바르셀로나도 지난해 1월 네이마르의 이적료로 홍역을 치렀다.
바르셀로나는 2013년 5710만유로(약 741억원)에 네이마르를 영입했다. 하지만 바르셀로나의 팬이자 소시오(주주)인 호르디 카세스가 산드로 로셀 당시 회장에게 '네이마르 영입 당시 회계 장부에 이상이 있다'며 서한을 보내며 사건이 시작됐다. 로셀 회장은 명확한 답변을 피했고 이는 법정 싸움으로 이어졌다. 로셀 회장은 계속된 의혹에 결국 바르셀로나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이어 취임한 호셉 마리아 바르토메우 회장은 결국 네이마르의 진짜 이적료를 공개했다. 추가 비용을 포함해 무려 8620만유로(약 1120억원)였다. 이는 마케팅 비용, 네이마르 재단 비용, 산토스 유망주 영입권리와 에이전트 수수료가 포함된 금액이었다. 여기에 네이마르가 본인의 초상권을 100% 보장 받은 것을 포함한다면 실제 수익은 어마어마한 금액에 이른다.
미국을 중심으로 발달한 야구, 농구 등의 프로스포츠와 달리 축구는 이적료, 주급 등 금액 공개가 일반적이지 않다. 선수 영입 발표에서 대부분의 이적료는 비공개로 되어 있다. 언론을 통해 언급되는 이적료는 취재를 통해 실제와 꽤 가깝지만 어디까지나 추정치일 뿐이다. 왜 이적료는 비공개로 할까. 이번 베일과 네이마르 사태를 통해 이적료를 비공개로 하는 이유가 복잡한 이해관계로 얽혀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먼저 이적료 비공개는 팀내 역학 관계를 고려한 선택이다. 일단 레알 마드리드가 베일의 이적료를 공개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호날두의 존재였다. 호날두는 자타공인 레알 마드리드의 에이스다. 베일 역시 뛰어난 선수지만 호날두에 미치지 못한다. 호날두는 최고라는 자부심이 대단한 선수다. 레알 마드리드는 호날두의 자존심을 살려주기 위해 베일의 이적료를 더 낮게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레알 마드리드 뿐만 아니라 스타 선수들이 많은 빅클럽들도 이같은 이유로 이적료를 비공개로 한다.
또 다른 이유는 협상 방식 공개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이적료는 일시 지급, 분할 지급 등으로 지불할 수 있다. 이 차이에 따라 이적료가 변화한다. 레알 마드리드가 8700만유로(약 1130억원)에 베일을 영입할 수 있었음에도 분할지급을 택하며 1억유로가 넘는 금액을 쏟아부었다. 레알 마드리드는 이처럼 분할 지급 방식에 따른 추가 지불에 대한 팬들의 원성을 걱정했다. 실제로 팬들은 이번 공개로 레알 마드리드 수뇌부의 협상 방식을 크게 비난하고 있다. 이적료가 공개 될 시 이처럼 수뇌부의 협상 능력이 전면에 드러나게 된다.
또 이적료를 지불해야 할 대상이 늘어난 것도 원인이다. 네이마르 스캔들의 가장 큰 이유는 지금은 없어진 서드파티, 이른바 선수지분을 구단이 아닌 제 3자가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바르셀로나는 국제적으로 명성이 높아진 네이마르를 빨리 영입하기 위해 다른 서드파티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추가 지불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 결과 예상보다 더 많은 이적료를 지불할 수 밖에 없었다. 바르셀로나는 이를 숨기기 위해 회계 장부에 손을 댔고, 로셀 회장은 네이마르라는 대어를 영입했음에도 씁쓸히 물러날 수 밖에 없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