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방송에서 한 여대생이 '신장 1m80 이하의 남자는 루저'라는 발언으로 논란이 된 바 있다. 이 발언은 사회 전반에 갖가지 유행어와 패러디를 만들어 내며 '루저'는 최고의 유행어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키가 큰 사람이 무조건 경쟁력이 높은 것도 아니다. 키가 작아도 최고가 되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기수가 되기 위해서는 신장 1m68 이하여야 한다. 경마 기수의 세계에서 신장 1m68 초과자는 진입조차 할 수 없는 '루저'인 셈. 부담중량(특정 경주에서 경주마가 짊어져야 하는 총 무게)이 경주의 큰 변수로 작용하는 경마에서는 체격이 왜소할수록 유리하다.
요즘 경마계의 시선은 1m50인 한국 경마 최단신 기수에게 쏠려있다. 렛츠런파크부산경남에서 활동하고 있는 서승운은 현역 기수 가운데 가장 작지만 활약은 180㎝ 장신 부럽지 않다. 장거리 상위군 경주까지 가리지 않고 승수를 올리며 한국경마 최단기 300승 달성했기 때문이다.
서승운은 지난 15일 렛츠런부경 제1경주에서 '도치'와 호흡을 맞춰 299승을 올린데 이어 7경주에서 '에버인에버'에 기승해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며 통산 300승 고지를 밟았다. 17일에도 '스틸더쇼와이'에 올라 과감한 선두권 공략으로 우승하며 렛츠런부경 다승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마사고를 졸업한 서승운은 2011년 데뷔 첫 해 12승을 올리며 가능성을 증명했다. 이후 국내 최단 기간 100승(2013년), 200승(2014년)을 기록하며 두각을드러냈다. 300승 달성은 데뷔 4년 5개월여 만으로 이 역시 최단 기록이다. 현역 최고의 기수로 평가 받는 문세영이 300승을 올리기까지 7년이 걸렸다. 지난해까지 부경 최고 기수로 꼽혔던 조성곤 역시 300승 고지를 밟기 위해 7년을 달린 점과 비교하면 서승운의 기량을 미뤄 짐작해 볼 수 있다.
서승운의 강점은 템포 조절이 능하다는 점이다. 여기에 10년차 기수 못지 않은 대담한 성격까지 겸비했다. 서승운은 "어릴 때부터 운동을 좋아하고 활동적이어서 형사가 되고 싶었다"며 "키가 작아 포기했지만 내 키의 배가 넘는 경주마를 타고 경기를 할수록 자신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본이 탄탄한 기수가 되는 게 목표다. 앞으로 부경을 대표하는 기수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