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일 악벽마 문제, 앞으로는 저희에게 맡겨주세요"
렛츠런파크서울의 '악벽전담반'을 이끌고 있는 서울출발전문 이방덕 출발수석위원의 당찬 포부이다.
한국마사회가 경마일 경주마의 악벽발생을 최소화하여 경마팬들에게는 '신속하고 안정적인 경주'를, 기수들에게는 '안전한 경주환경'을 담보하고자 특색 있는 대책들을 선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악벽마(惡癖馬)란 쉽게 말해 경주마들의 나쁜 버릇들을 통칭한 말이다. 출발대 진입을 거부하거나 요동치는 경우, 갑자기 기립(起立)하거나 주저앉는 경우 등이 이에 해당된다. 심할 경우 발로 주위 사람들을 공격해 기수는 물론 출발위원들의 안전이 위협받는 아찔한 상황들도 벌어진다. 실제로 지난 10월에는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벌어진 경주에서 경주마가 출발 전 악벽(고착) 증상을 보여 경주가 몇 분간 중단되기도 하였다. 이처럼 악벽마는 기수는 물론 경마팬, 시행체(한국마사회), 그 외 경마관계자들에게 적지 않은 피해를 주곤 한다. 때문에 다양한 시도를 통해 지속적으로 악벽마 퇴치 노력을 하고 있다.
▶악벽전담반 생긴 이유는?
마사회는 원활한 경마시행을 위해 다수의 출발운영원을 운영 중이다. 이들은 경마일이 되면 시종일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예기치 못한 작은 실수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현장의 일선에 서있기 때문이다. 경주 전, 출전하는 악벽마를 꼼꼼히 확인한 후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필요하다면 '찾아가는 맞춤형 출발훈련 지원 서비스'를 통해 악벽을 교정한다. 이후 경주 직전에는 출발지점에서 악벽마의 상태를 두 눈으로 다시한번 직접 확인한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 작년 2015년에도 출발악벽제외(악벽으로 인한 출전제외)가 12두, 고착(늦은 출발) 또한 14두 발생하였으며, 출발운영원들이 업무수행 중 입은 재해 건수는 7건에 달했다. 촌각을 다투는 현장에서 모든 상황을 고려하며 경주마들을 다루다보니 정작 본인의 몸을 돌볼 여력이 없었던 탓이다.
이에 마사회는 악벽마 상시 전담인력인 '악벽전담반'을 신설하여 지난 1월부터 운영 중에 있다. 홍종옥 강성현 출발운영원이 그 주인공들이다. 500㎏에 육박하는 거친 악벽 경주마들을 다뤄야하다보니 체격 역시 운동선수 못지않다. 평균키가 1m80이상이며, 몸무게 역시 90㎏에 육박한다. 경주마에 대한 전문성, 기술적 숙련도,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함은 말할 나위도 없다. 실제로 악벽전담반이 운영된 이래 지금까지 악벽으로 인해 출전제외가 되거나 부상(기수, 출발운영원 등)이 발생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이와 관련하여 이방덕 출발수석위원은 "악벽전담반 운영으로 출발부서의 핵심과제인 악벽제외, 고착, 낙마사고 등을 작년보다 30% 이상 감소시키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맞춤형 훈련지원 서비스 확대-훈련심사 기준 강화
'악벽전담반' 운영과는 별개로 다양한 방안들도 함께 제시했다. 첫 번째는 악벽마와 신마(新馬)에 대한 맞춤형 훈련지도이다. 기존에는 상습적으로 악벽을 행하는 경주마에 대한 지도만 진행하였지만, 올해부터는 신마에 대한 기초 순치 지원도 추가하였다. 훈련심사에 대비한 신마의 출발대 적응도를 높이겠다는 취지이다. 지도범위도 확대한다. 출발자세가 불량한 경주마에 대한 악벽교정 훈련만을 중점 실시하던 과거와 달리 진입불량, 고착, 내?외측 사행 등 출발전반에 걸친 전방위 훈련지도를 실시한다. 특히 출발심사(수?목요일)와 주행심사(금요일)일에는 경주마의 특이사항을 동영상으로 촬영하여 교육자료로도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훈련심사 기준도 강화할 예정이다. 우수경주마를 확보하고 경마품질 수준을 대폭 향상시키겠다는 의도이다. 주행심사란 경주마의 경주능력을 판정하는 것으로서 신마와 주행재심마 및 장기휴양마가 그 대상이다. 작년까지는 합격기준이 1분 07초(1000m)였지만 올해는 그보다 1초 단축할 계획이며, 현재 관계자들과 협의를 진행 중에 있다. '연속합격제'도 운영된다. 제도 도입 이후에는 특정 경주마가 출발전문위원으로부터 '출발재심' 판정을 두 차례 받는 경우 출발심사에서 2회 연속 합격해야만 경주에 출전 가능하다. 예컨대 한 번 합격 후 두 번째 심사에서 불합격 시,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 2회 연속 합격해야만 최종적으로 합격 판정을 받게 되는 것이다. '출발수행업무 참관인' 제도도 확대 운영한다. 특히 올해 중에 이동 가능한 카라반을 제작하여 설치함으로써 혹한기나 혹서기에도 참관인을 적극 모집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방덕 출발수석위원은 "2015년에는 참관 희망자수가 약 30명 내외였다"며 "올해는 다양한 노력을 통해 그 수를 2배 이상 확대 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