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령탑의 색깔이 다양할수록 레이스가 흥미롭다'는 말이 있다. 서로 다른 야구 철학과 경기운영 방식이 만났을 때 볼거리는 많아질 수 밖에 없다. 비슷한 유형의 감독들만 존재한다면 경기 양상은 상대적으로 단조로워진다. 선수든 감독이든 다양한 스펙트럼이 리그의 살을 찌우기 마련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올시즌에도 KBO리그는 다양한 유형의 사랑탑들이 벌이는 지략 대결이 흥미로울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겨울 10개팀 사령탑의 면면은 지난해와 비슷하다. 사령탑을 교체한 팀은 롯데 자이언츠 뿐이다. 부산 출신인 조원우 감독이 고향팀으로 돌아와 지휘봉을 잡았다. 사상 처음으로 1970년대생이 프로야구 감독이 된 것이다. 막내 사령탑으로서 선배 감독들에게 도전하고 배우는 입장이다.
조 감독은 어떤 색깔의 야구를 펼칠까. 조 감독은 지난 11일 선수단 시무식에서 "결론은 기본이다. 공을 치면 무조건 전력질주다. 백업 플레이, 베이스 커버 등을 확실히 해야한다"며 기본기를 강조했다. 이는 다른 사령탑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생각이다. 또 조 감독은 "경기하는 3시간 동안은 무조건 집중해야 한다. 팀이 지거나 힘든 상황에 웃거나 장난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선수단 관리에 있어 엄격한 기준을 들이대겠다는 의미다. 기본과 팀워크가 조 감독이 중시하는 키워드라고 보면 된다.
사령탑의 철학과 원칙은 곧 경기 지휘 스타일로 연결된다. 하지만 실제 경기에서 조 감독이 어떻게 경기를 풀어나갈 지는 지금으로선 예상하기 힘들다. 기본과 집중력을 강조한다고 해서 엄격한 관리 야구를 펼칠 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오히려 엄격함 속에서 선수 개인의 능력을 믿고 '감의 야구'를 펼칠 수도 있다. 조 감독이 시즌 개막부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지 궁금한 것은 이 때문이다.
조 감독은 2009년부터 한화, 롯데, 두산, SK에서 코치 생활을 했다. 조 감독 역시 다양한 유형의 사령탑 밑에서 언젠가는 펼치고 싶은 지휘 방식을 고민해 왔을 것이다. 역대 감독들 가운데 롤모델도 있을 수 있다.
현재 미국 애리조나에서 전지훈련을 지휘하고 있는 조 감독은 "이제 막 캠프를 시작했는데 지금까지는 별 탈 없이 훈련을 하고 있다. 고민이 많다"고 했다. "포지션별로 경쟁 구도를 만들어 최적의 선수들을 고르겠다"고도 했다. 롯데가 이번 겨울 마운드를 대폭 보강했지만, 초보인 조 감독 입장에서는 백지 상태에서 팀을 만들어 가는 것이나 다름없다.
최근 사령탑에 오른 감독들의 사례를 보자. 지난해 초보 사령탑이었던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은 자신만의 색깔을 확실하게 내며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궜다. 김 감독은 '뚝심과 믿음'이라는 베어스의 전통을 따랐다는 평가를 받았다. 덧붙여 선수단을 향해서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발휘했고, 대외적으로는 '쿨'한 이미지도 선보였다.
넥센 히어로즈 염경엽 감독은 2013년 사령탑 데뷔 시즌 침착하고 안정적인 레이스로 팀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올려놓으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염 감독 역시 '관리와 믿음'이라는 확실한 색깔을 보여줬다.
부산 팬들은 올해 롯데가 최근 3년간의 침묵을 깨고 리그를 주도하는 팀으로 부활하기를 바라고 있다. 새로운 인물이 왔다고 했서 롯데 야구가 새로워지지는 않는다. 전지훈련서 구상하고 있는 팀의 방향과 색깔을 조 감독이 그라운드에서 제대로 구현하느냐에 달려 있다. 본격적인 '공부'에 들어간 조 감독의 고민이 이것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