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KBO리그 대다수 팀이 코치진에 크고작은 변화를 줬지만, KIA 타이거즈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주축 코치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김기태 감독을 보좌하면서 팀을 끌어간다. 한번 맺은 인연을 소중하게 여기는 김 감독의 우직한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해 유일한 외국인 지도자였던 나카무라 다케시 배터리 코치도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부터 함께 한다. 지난해 나카무라 코치의 지도하에 젊은 포수 이홍구와 백용환이 주력 선수로 성장했다는 평가다.
역할 조정은 있다. 지난해 1군 수비코치를 맡았던 김민호 코치가 올해는 2군을 맡는다. 기존의 김태룡 1군 수비 코치와 지난해 2군 선수를 지도했던 김창희 코치가 애리조나 1군 캠프에 가 있다.
팀 전체 수비력 강화를 위한 결정이다.
1, 2군은 코칭스태프의 역할이 다르다. 실전 위주의 1군은 매일 전투를 치르는 전쟁터나 마찬가지다. 전지훈련 기간에 수비훈련에 집중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 시즌 중에 수비력을 끌어올린다는 게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1군의 선수 공급처인 2군은 실전 감각을 키우는 역할도 중요하지만, 어디까지나 육성이 기본이다. 팀의 미래를 준비하고, 전력 강화의 기틀을 만드는 곳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1군보다 더 중요하다.
KBO리그 대다수 팀이 선수 육성을 강조하면서 2군에 투자하고 있다. 더구나 KIA는 리빌딩 과정에 있는 팀이다. 1,2군을 오르는 선수가 많다.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젊은 선수들이 지도자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뿌리가 튼튼한 팀, 1,2군 선수간의 전력차가 적은 팀, 백업이 든든한 팀이 좋은 팀이다.
애리조나 캠프에서 선수단을 이끌고 있는 김 감독은 "육성의 중요성을 생각해 역할을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김민호 코치와 김태룡 코치가 모두 내야수 출신이라는 점도 고려했다. 김창희 코치는 선수 시절에 수비가 뛰어났던 외야수 출신이다. 아직도 외야 수비에 부족한 점이 눈에 띄는 타이거즈다.
지난해 KIA는 이전보다 수비가 안정을 찾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록이 업그레이드된 수비력을 보여준다. 실책 84개로 83개를 기록한 NC 다이노스에 이어 팀 최소 실책 2위에 올랐다. 팀 실책이 80개대를 기록한 팀은 KIA, NC뿐이다. 2014년 94개를 기록했는데 10개가 줄었다.
투수력과 수비력 덕분에 KIA는 지난해 전력 이상으로 선전했다. kt 위즈(118개)와 넥센 히어로즈(110개), 한화 이글스(105개), LG 트윈스(103개)가 실책 1~4위에 자리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