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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막내의 반란?] 조범현 감독, 가을야구로 재계약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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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갈량'은 내년에도 마법사 군단을 계속 이끌게 될까.

지난 2013년 8월 2일. 신생구단인 kt 위즈는 조범현 감독을 초대 감독으로 선임했다. 계약 기간은 3년. 야구계에서는 kt의 결정에 대해 호평했다. 강력한 카리스마와 야구에 대한 열정에 꼼꼼한 분석력까지 지닌 조 감독은 신생팀의 기반을 다지고 선수를 육성할 수 있는 최적의 인물이기 때문이다.

2011시즌을 끝으로 KIA 타이거즈 감독직에서 물러난 조 감독은 다음해 한국야구위원회(KBO) 육성위원장을 맡아 전국을 돌며 유소년야구 발전에 헌신했다. 이어 2013년에는 삼성 포수 인스트럭터로 활약하고 있었다. 당시 권사일 kt 사장은 "조 감독은 지도자 경험이 풍부하고, 선수육성 능력 및 시스템 구축 능력이 뛰어난 야전사령관이다. 더불어 야구에 대한 창의적인 전략과 중장기적인 비전을 지닌 프로야구의 제갈량같은 감독"이라며 "kt가 추구하는 '젊고 파워 넘치는 야구'라는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최고의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판단은 옳았다. 조 감독은 신생팀 kt에서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을 구성해 2014시즌 퓨처스리그 무대를 거쳐 2015시즌에 1군 무대에 진출했다. 비록 시즌 초반까지는 신생팀의 한계를 드러내며 고전했지만, 적극적인 트레이드와 외국인 선수 교체 카드를 통해 전력을 끌어올린 시즌 중반 이후부터는 '얕볼 수 없는 팀'으로 리그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신생팀다운 패기와 응집력을 앞세워 상위권팀과의 경쟁에서도 위축되지 않았고, 매서운 카운터 펀치도 종종 매기곤 했다. 이 과정에서 조 감독의 지도력은 다시 한번 인정받는다.

하지만 프로는 '가능성'이 아닌 '결과'로 평가받는 냉정한 세계다. 아무리 조 감독이 신생팀을 이끌며 선전했다고 해도, 현실에서 보면 리그 최하위 감독일 뿐이다. 그래서 2016시즌 kt의 성적이 중요하다. 2014시즌부터 시작된 조 감독의 3년 계약의 마지막 해이기 때문이다. 올해 어떤 성적을 내느냐에 따라 재계약 여부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 감독은 계약 첫 해인 2014년에는 퓨처스리그에서 '예행연습'을 했고, 2년차에는 1군무대에서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지난 2년간 조직 구성과 선수 육성에 관해서는 더할나위 없는 역량을 보여줬다. 그러나 프로의 세계에서는 '성적'이라는 지표를 외면할 수 없다. 이 지표에서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만한 업적을 내지 못한 게 사실이다. kt는 2014년 퓨처스리그 북부리그에서 경찰-LG에 이어 3위(41승37패10무, 승률 5할2푼6리)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1군에서 최하위(52승91패1무, 승률 0.364)에 머물렀다.

때문에 조 감독으로서는 올해 어떻게든 뚜렷한 성적을 내야한다. 일단 가장 기본적으로 '탈꼴찌'를 이뤄낼 필요가 있다. 지난해에는 '신생팀'이라는 보호막이 감싸줬지만, 올해에는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다. 무한경쟁을 치르는 10개 구단의 일원일 뿐이다. kt가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이진영과 유한준 등을 영입하고, 외국인 선수 계약에도 적극적으로 나선 건 이런 냉정한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탈꼴찌를 뛰어넘어 포스트시즌 진출까지도 노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조 감독 역시 두 번째로 치르는 1군 무대에 대해 각오가 남다르다. 하지만 이건 '재계약' 때문만은 아니다. 2009한국시리즈 우승과 2010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이끈 감독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키려는 조 감독의 의지다. 조 감독은 변명에 기대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 그래서 올해 더욱 철저히 정면승부로 경쟁하겠다는 의지가 뜨겁다. 이런 투지가 성적으로 이어진다면 재계약의 확률도 당연히 커질 것이다. 설령 성적이 다소 못미친다고 해도 확실하게 지도력을 어필할 수 있다면 kt로서도 계약 연장에 관해 긍정적인 검토를 해볼 수 있을 듯 하다.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