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하다.
겨울이적시장은 전력보강의 마지막 기회다. 각 팀들은 전반기 동안 보인 약점과 부상-징계 등으로 생긴 공백을 겨울이적시장을 통해 메울 수 있다. 1월31일(현지시각)이 데드라인이다. 이 기간이 끝나면 남은 자원으로 시즌을 치러야 한다. 항상 요란하던 잉글랜드의 겨울, 하지만 올 겨울은 유난히도 조용하다. 시장을 주도해야 할 빅클럽들의 영입 오피셜은 좀처럼 들리지 않고 있다.
물론 설은 끊이질 않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의 가레스 베일, 하메스 로드리게스, 이스코, 샤흐타르 도네츠크의 알렉스 테세이라, 상파울루의 알렉산더 파투, 웨스트브롬위치의 사이도 베라히노, 에버턴의 존 스톤스 등은 하루에도 수차례 팀을 바꿔가며 물망에 오르고 있다. 포지션도, 팀도, 이유도 모두 각양각색이다. 설만으로는 여름이적시장 못지 않은 겨울이적시장이다. 하지만 설이 현실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이처럼 잠잠한 겨울의 원인은 역시 감독들의 거취와 연관이 있다. 맨유, 맨시티, 첼시 등 지갑이 두둑한 클럽들은 하나같이 감독들의 미래가 불투명하다. 루이스 판 할 감독은 경질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매경기가 목숨이 걸려 있는 단두대 매치다. 맨시티는 공식발표만 하지 않았을 뿐 다음 시즌 호셉 과르디올라 감독 영입을 원하고 있고 실제로 협상도 꽤 진척됐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임시감독으로 있는 첼시 역시 다음 시즌 명장을 새로운 감독으로 앉힐 계획이다. 겨울이적시장은 감독의 구미에 맞는 선수들로 영입할 수 밖에 없다. 단번에 변화를 주기 위해서는 즉시 전력감을 찾아야 하고, 바로 써먹기 위해서는 자신의 축구를 잘 아는 선수들로 영입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비용도 여름이적시장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비싸다. 주전급 선수를 시즌 중에 내주는만큼 파는 입장에서는 배짱 장사를 할 수 있다. 마음이 급한 구매자 입장에서는 선수의 원래 가치보다 더 높은 이적료를 지불할 수 밖에 없다. 겨울이적시장의 이적료가 비싼 이유다. 아무리 거부클럽이지만 다음 시즌 새판을 짜야 하는 상황에서 거액을 들여 '잉여'가 될지도 모르는 선수를 무작정 영입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다.
이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겨울이적시장이 이렇게 끝날 것이라고 믿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상위권팀들이 모두 약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12년만의 우승을 노리는 아스널은 부상자가 속출하며 중원에 공백이 생겼다. 맨유는 경기당 한골이 버거울 정도로 최악의 공격력을 보이고 있다. 맨시티는 뱅상 콤파니의 시즌 아웃 가능성이 제기되며 수비가 약해졌고, 첼시는 디에고 코스타-라다멜 팔카오의 동반 부진으로 공격수 보강이 절실하다. 위르겐 클롭 감독의 개혁이 이어지고 있는 리버풀도 새로운 피를 수혈할 필요가 있다.
올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역대 최고의 순위싸움이 펼쳐지고 있다. 혼돈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특히 빅클럽의 경우 제 순위표에 위치한 클럽들이 거의 없을 정도다. 결국 겨울이적시장에서 어떤 긍정적인 변수를 만드냐에 따라 최종 순위에 변화를 줄 수 있다. 그 변수는 감독교체가 아니라면 결국 선수 영입이 될 공산이 크다. 겨울이적시장이 닫히는 마지막 순간까지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겨울이적시장은 눈치 싸움과 비슷하다. 내가 누군가를 데려온다면, 다른 한쪽은 전력이 약해진다는 뜻이다. 여름이적시장이야 새로운 선수를 데려와 전력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지만 겨울이적시장은 그렇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선수를 사는 쪽이나, 선수를 파는 쪽 모두 눈치를 봐야 한다. 그 눈치 싸움의 결말은 주로 최종일에 나온다. 역대 최고액이 나왔던 페르난도 토레스, 앤디 캐롤 등의 예에서 보듯 겨울이적시장에서 터진 '잭팟'은 모두 마지막 날 나왔다. 조용한 올 겨울이적시장의 끝은 어떻게 마무리 될까.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