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막을 내렸다.
'응답하라 1988'은 16일 성선우(고경표)-성보라(류해영) 커플과 최택(박보검)-성덕선(혜리) 커플이 결혼에 골인하는 모습으로 마무리됐다. 지난 3개월 간 이 드라마는 뜨거운 감자였다. 방송이 끝날 때마다 '누가 덕선의 남편이냐'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고 이런 관심은 시청률에도 영향을 미쳐 케이블 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로 남게 됐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가장 큰 가치는 혜리와 박보검이란 스타를 발굴해냈다는데 있다.
방송 전까지만 해도 혜리는 우려의 대상이었다. '선암여고 탐정단', '하이드 지킬, 나' 등에 출연한 적 있긴 했지만 당시엔 연기력을 크게 입증하지 못했었다. 그만큼 '응답하라 1988'의 여주인공 캐스팅 소식이 들렸을 땐 걱정과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신원호PD는 "예능에서 보면 딱 하는 짓이 성덕선 같다. 회의하면서 레퍼런스가 되는 친구였다"고 자신했지만 대중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달랐다. 혜리는 케이크 한 입에 먹기, 유리창에 입 대고 불기 등 망가짐도 불사하며 철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누구보다 밝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성덕선 캐릭터를 살려냈다. 그런 모습에 시청자들 역시 '혜리 의외로 연기 잘하더라', '덕선이 응원합니다'라는 등 혜리를 응원하기 시작했다. 아이돌 그룹 걸스데이 멤버 혜리가 아닌, 연기자 혜리로서의 발걸음을 떼는데 성공한 셈이다.
박보검은 이 드라마를 통해 스타덤에 올랐다. 그동안 박보검은 앳된 이미지의 가능성 있는 배우였고, 잠재 팬덤은 꽤 있었다. 하지만 '바둑 천재' 최택 캐릭터로 자신의 매력을 양껏 발산하는데 성공했다. 최택은 잔잔하고 고요한 인물이다. 어려서부터 바둑을 했기 때문인지 감정 기복이 크지 않고 자신의 속내를 숨기는데 익숙하다. 어떻게 보면 까칠한 츤데레남 김정환(류준열)에 묻힐 수도 있었던 캐릭터. 실제로 초반에는 제작진의 의도였든 아니든 김정환 캐릭터에 밀리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중후반에 접어들면서 박보검은 반전에 성공했다. 묵직한 바둑천재이지만 라면 끓이는 법도, 운동화 끈 묶는 법도 몰랐던 '생활 바보' 최택이 사랑이라는 감정에 눈을 뜨고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를 향한 외길 레이스를 시작하는 모습을 순수하게 그려내며 수많은 여성팬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왠지 모르게 모성본능 자극하는 여리여리한 페이스와는 달리 맑고 깊은 눈빛 연기는 분명 사람을 끄는 마력이 있었다.
'응답하라 1988'은 이와 같은 보석을 발견하며 마무리 됐다. '응답하라 1988' 후속으로는 '시그널'이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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