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종영했다.
'응답하라 1988'은 쌍팔년도 쌍문동, 한 골목 다섯 가족의 왁자지껄 이야기를 그린 코믹 가족극이다. 드라마는 16일 성선우(고경표)-성보라(류해영) 커플, 최택(박보검)-성덕선(혜리) 커플이 결혼에 골인하는 모습으로 마무리 됐다. '응답하라' 시리즈는 매번 큰 인기를 끌었지만 이번 3탄은 레전드급 인기였다. 방송이 끝날 때마다 '누가 덕선(혜리) 남편이냐'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뤄졌고 시청률도 수직상승했다. 특히 마지막화는 평균 시청률 19.6%(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 순간 최고 시청률 21.6%를 기록하며 역대 케이블 방송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는데도 성공했다. 케이블 주 시청층인 2030 세대가 태어나기 전인 1988년도의 시대적 상황과 배경을 조명하는 대신 가족 코드를 결합, 모성애와 부성애를 애잔하게 녹여낸 것이 주효했다.
그러나 아쉬움은 있다. 바로 김정환(류준열)과 동룡(이동휘) 캐릭터의 소멸이다.
동룡은 처음부터 극에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감초와 같았다. 학교 성적은 꼴찌에 가깝지만 인생 경험은 누구보다 풍부한 인물로 쌍문동 골목길 친구들의 멘토와 같은 역할을 했다. 특히 '누가 날 좋아할까'라고 고민하는 덕선에게는 "누가 널 좋아할까를 생각하지 말고 네가 누굴 좋아하는지를 생각해"라는 조언을 해 흐름의 변화를 예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이런 동룡의 역할이 대폭 축소됐다. 친구들 사이에서 윤활제 내지는 접착제와 같은 역할을 했던 동룡이 보이지 않고 간간히 개그 소재처럼 사용되는 모습은 아이러니 였다.
무엇보다 당황스러웠던 것은 김정환 캐릭터다. 초반에는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분량있는 역할이었다. 특히 성인이 된 덕선이 수학 여행의 추억을 곱씹자 미래 남편 김주혁이 "나도 거기 있었잖아"라고 말해 수학여행을 가지 않았던 최택(박보검)이 아닌 정환이 덕선 남편이라는 주장은 꽤 설득력 있어 보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분량이 확 줄어버렸다. 또 다른 남편 후보였던 최택의 반격에 밀려 분량이 줄었다면 차라리 납득이나 갔을텐데 생각지도 않았던 성선우(고경표)-성보라(류해영) 커플에 밀렸던 것. 방송 내내 선우-보라 커플의 이야기가 가래떡처럼 늘어졌고 어느 순간부터 정환의 이야기는 사라졌다. 심지어는 덕선에게 고백해놓고 이를 장난으로 돌려버리기까지 했다. 이 정도면 역대급 병풍 취급이다. 사실 정환이든 택이든 누가 덕선의 남편이 됐어도 크게 상관은 없다. 그러나 적어도 초반 비중있게 다뤄졌던 정환이 우정을 위해 사랑을 포기한다는 과정과 마음을 정리하는 모습 정도는 그려졌어야 했다.
'응답하라 1988' 후속으로는 '시그널'이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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