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강민웅(31·한국전력)은 스스로 굴곡진 선수인생이라고 했다. 트레이드만 두 번을 거쳤다. 2007년 수련선수로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은 강민웅은 최태웅과 유광우에 밀려 좀처럼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2010년 입대한 상무에서 주전으로 활약했던 그는 삼성화재 복귀 후 다시 벤치에 앉는 일이 늘어났다. 결국 2014년 대한항공으로 이적했다. 마지막 팀이라고 생각했다. 열심히 뛰었다. 하지만 한선수가 전역하며 다시금 백업의 위치로 돌아갔다.
10년차 백업 세터, 그에게 다시 한번 구원의 손길이 날아왔다. 신영철 한국전력 감독이 손을 내밀었다. 한국전력은 센터 최석기와 신인 드래프트 1차지명권을 대한항공에 내주고 세터 강민웅과 센터 전진용을 받았다. 이름값만 보면 대한항공이 이득을 본 트레이드라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신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경험이 풍부한 강민웅의 가세가 팀에 안정감을 줄 것이라 확신했다. 강민웅은 "신 감독님이 시즌 전부터 나를 원했다고 들었다. 카드 맞추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석기를 내주면서까지 나를 데려오셨다"고 했다.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최강' OK저축은행을 상대로 5연패를 끊었다. 한국전력은 11일 OK저축은행과의 2015~2016시즌 NH농협 V리그' 남자부 접전 끝에 3대1로 승리했다. 강민웅은 이적 후 첫 승리를 맛봤다. 그는 "계속 지면서 몸도 힘들고 마음도 힘들었다. 트레이드 후 연패가 이어지니까 더욱 마음이 무거웠다. 하지만 어제 경기는 마음이 편했다. OK저축은행이 최강이어서 그런지 부담감없이 우리 경기를 했던 것이 주효했다"고 웃었다. 여러차례 팀을 옮기다보니 적응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한국전력에는 젊은 선수들이 많아 이들의 기를 살려주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국전력 이적 후 가장 좋은 점은 역시 신 감독의 존재다. 명세터 출신 신 감독의 기술을 직접 보며 배우고 있다. 강민웅은 "세터의 자세와 기술을 직접 보여주신다. 놀랍게도 아직도 잘하신다. 아직은 감독님 기술을 다 따라가기에는 실력이 부족하다. 감독님이 워낙 훌륭한 세터 출신이시니 따라가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좋은 것 같다"고 웃었다. 기술 뿐만이 아니다. 신 감독은 정신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강민웅은 "제 안에 있는 고지식한 배구나 관념들을 말씀하시는 것이다. 몸에 배어 있는 나쁜 습관들을 버려야 한다고 하셨다. 감독님이 '당장 안 되겠지만 시간을 가지고 고쳐보자'고 하셔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민웅은 한국전력이 마지막 기회라고 했다. 그는 "내가 봐도 평탄한 선수생활이 아니다. 굴곡이 컸다. 나도 나이가 있고 이제 다시 오지 않을 기회다"며 "올 시즌 개인적인 바람은 라운드당 4승2패를 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차근차근 하나의 팀이 되면 분명 이룰 수 있다"고 했다. "한국전력에서 잘하면 은퇴 후 '잘하는 세터였다'라는 기억을 남길 수 있지 않을까요?"하고 웃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