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KCC 안드레 에밋은 올 시즌 최고의 테크니션이다. 1대1 능력은 역대 최고 수준. 매 경기 상대 팀은 그를 잔뜩 경계한다. 대인방어로는 한계가 있는 탓에 2명, 많게는 3명이 주위를 둘러싼다. 시즌 전 "성적도 중요하지만 팬들에게 재미있는 농구를 보여주겠다"고 약속한 추승균 KCC 감독. 에밋을 보유한 데 따른 자신감이었다.
그는 올스타전 브레이크 전까지 39경기에 출전해 평균 26분41초를 뛰며 23.38득점 6.4리바운드 2.5어시스트를 올렸다. 시즌 초반 리카르도 포웰과 활동 반경이 겹쳐 기복을 보이다가 허버트 힐이 합류하면서 펄펄 날고 있다. 추 감독은 "우리가 1라운드에서 단신 외인을 뽑은 이유는 분명하다. 득점을 할 선수가 필요했다"며 "에밋이 그 역할을 완벽히 해주고 있다"고 칭찬했다. 그는 39경기 중 무려 28경기에서 20득점 이상을 올렸다. 득점 랭킹 3위. 경기마다 묘기에 가까운 플레이를 자주 연출해 KCC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있다.
한데 그런 그도 아쉬운 점은 있다. 나머지 동료들의 움직임을 살려주는 부분이다. 5연승이 좌절된 6일 서울 삼성전이 대표적이다. 겉으로 드러난 성적은 이번에도 완벽에 가까웠지만, 경기 내용은 2% 부족했다. 당시 그의 기록은 36분46초를 뛰면서 33점에 9리바운드 4어시스트. 수비 리바운드에 적극 가담하면서 1~4쿼터 내내 뛰어 다녔다. 하지만 공격에서는 앞선 경기와 조금 다른 모습을 보였다. 시간에 쫓겨 슛을 쏠지, 패스를 할지 다급한 선택을 해야 했다.
1m91 에밋의 최대 장점은 힘과 기술의 겸비다. "옷을 벗으면 상체 근육이 엄청나다"는 추 감독의 말대로 센터 못지 않은 파워를 지녔고, 드리블 과정에서 특유의 스텝을 밟으면서 한 두명은 가볍게 제친다. 또 슛도 정확하다. 3점슛은 들쭉날쭉하지만 골밑 주변에선 밸런스가 무너진 상태로도 득점을 쉽게 올린다. 백보드를 활용할 줄 아는 선수다. 올 시즌 야투 성공률은 52.5%. 3점슛 시도를 줄였다면 더 치솟았을 것이다.
하지만 삼성 전에서는 33점을 넣으면서도 힘겨웠다. 리카르도 라틀리프, 에릭 와이즈 등 두 명의 외국인 선수와 더불어 문태영, 김준일이 쉼 없이 바꿔 막기를 하면서 골밑 돌파에 애를 먹었다. 특히 훼이크 동작이 읽혔다. 삼성이 완벽히 전력 분석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당시 김준일, 라틀리프 등은 스텝을 다 밟은 에밋이 슛 동작을 취해도 성급히 블로킹을 시도하지 않았다. 참고 기다리며 버텼다. 그러자 에밋이 당황했다. 평소 포커 페이스로 일관하지만 간혹 심판에게 항의하기도 했다.
추승균 감독도 경기 후 이 부분을 지적했다. 4쿼터 막판 라틀리프가 5반칙 퇴장을 당하고도 승리를 따내지 못한 그는 "에밋이 김태술, 신명호 등과 함께 뛸 때 그 쪽에 찬스가 났는데도 빼주지 못했다. 아쉽다"고 했다. 그러면서 "휴식기 때 이 부분에 대한 연습을 해야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결국 KCC 입장에서는 다양한 공격 루트가 필요하다. 에밋이 아무리 특출난 선수라고 해도, 모든 공격을 혼자서 할 수는 없는 법이다. 포인트가드 김태술도 "시즌 초반 에밋이 서둘러 공격했다가 실패했을 때 속공을 내준 적이 많다. 지금은 최대한 공을 돌렸다가 그에게 패스를 넣어주고 있다"며 "다른 선수들의 움직임을 살려 함께 공격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 감독도 "에밋의 시야와 패스가 나쁜 게 아니다. 그런데 너무 혼자 공을 갖고 있으면, 다른 선수들의 감이 떨어질 수 있다"며 "코트 밸런스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리고 이는 2위 이상을 넘보는 KCC에게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