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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 원더스 출신 선수들이 연천 미라클 후원에 나선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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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 대한 절실함은 하나로 통한다.

지금은 사라진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 출신 선수들이 국내 유일의 독립야구단 연천 미라클을 후원한다. 고양 원더스 출신 선수들의 모임인 원더스 OB회가 12일 연천 미라클에 후원금을 전달한다. kt 위즈 포수 김종민(30) 등 OB회 회원들이 후원금을 모았다.

고양 원더스를 거친 선수는 100여명. 2014년 12월 팀이 해체된 후 고양 원더스에서 땀을 흘렸던 이들이 모임을 만들었다. 지난해 은행통장을 만들어 형편이 되는대로 회비를 모았다고 한다. 30여명이 참가했다.

김종민은 "큰 돈은 아니지만 의미있는 곳에 쓰고 싶었다. 회원들이 논의를 했는데 어려운 가운데 운동하고 있는 후배들을 격려해주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했다.

독립구단 출신 프로 선수들은 유사한 이력을 갖고 있다. 김종민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 대전고-단국대를 졸업하고 2009년 넥센 히어로즈에 육성선수로 입단해 자리를 잡지 못하고 방출됐다. 야구를 그만둬야할 위기에서 고양 원더스를 찾았고, 프로 복귀에 성공했다. 지난해 1군 26경기에 나서 kt 안방을 지켰다.

고양 원더스와 연천 미라클. 같은 독립구단이라고 해도 성격은 조금 다르다. 고양 원더스는 든든한 구단주가 있었지만, 연천 미라클은 재정적인 어려움이 크다. 고양 원더스가 해체된 후 연천 미라클이 독립구단의 명맥을 이었다. 프로에서 실패한 선수, 야구를 놓을 수 없는 선수들에게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선 똑같다.

지난해 연천 미라클을 거친 선수 3명이 프로로 갔다. 우완 투수 이케빈(25)이 2016년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한데 이어, 내야수 이강혁(25)이 NC 다이노스, 외야수 김원석(27)이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었다.

2014년 미국에서 건너온 재미교포 이케빈은 지난해 3월 연천 미라클 창단 멤버로 합류해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이강혁은 대구고를 졸업하고 2010년 삼성에 신고선수로 입단했다. 프로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한 그는 병역의무를 끝내고 고양 원더스, 연천 미라클에서 미래를 준비했다. 이강혁은 프로행이 확정된 후 "이 마음을 프로에 가서도 절대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김원석도 비슷한 과정을 밟았다. 2012년 드래프트 2차 7번으로 한화에 지명된 뒤 투수에서 야수로 전향했는데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치고 연천 미라클에서 주축 야수로 뛰면서 프로문을 두드렸다.

김인식 연천 미라클 감독은 "프로 진출에 성공한 선수가 나오면서 남은 선수들의 사기가 올라갔다. 실패를 경험했기에 프로 복귀가 성공이 아닌 시작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고 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